개미도 ‘사실상 공매도’ 쉬워진다...거래소, 코스피200·코스닥150 전 종목 선물 상장

정현진 기자 2023. 5.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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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에 포함된 종목 전부에 대해 개별주식선물 종목을 상장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 파생상품시장에서 주식선물 기초자산은 모두 177개로 코스피 144개 종목, 코스닥 33개 종목이 상장되어 있다. 종목 선물을 매도할 경우 하락에 베팅하는 셈이라 사실상 공매도가 막혀 있는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하는 효과를 낼 수 있어 주목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수년 안에 코스피200·코스닥150에 속한 종목이 모두 선물 거래가 될 수 있도록 전 종목을 상장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거래소는 주식 유동성, 시가총액, 재무사항 등에 관한 정량적·정성적 심사를 거쳐 매년 7월 주식 선물 추가 상장 종목을 선정해 왔다. 지난해에는 20개 종목이 신규 상장됐는데, 올해부터는 이 수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개별주식 선물거래란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종목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 정한 가격으로 미래 정해진 시점에 거래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만약 투자자(매수자)가 특정 주식의 가격이 향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특정 시점(월물)의 선물을 원하는 가격에 주문할 수 있다. 주문은 거래소의 전산 시스템에 입력되고, 매수자의 주문과 일치하는 매도 주문이 있다면 거래가 체결된다. 만기일이 되면 계약이 종료되고 매도자가 보유한 주식이 정해진 가격에 매수자에게 인도된다. 만기일 전이라도 투자자가 원한다면 언제든 반대매매를 해서 거래를 끝낼 수도 있다. 선물상품도 상장주식을 거래할 때처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 뉴스1 DB

전 종목의 주식 선물 거래가 가능해지면, 현재 개별주식 선물거래 종목 수가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길이 넓어지는 셈이다. 거래소 규정상 개인투자자가 선물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금융투자교육원의 사전교육과 한국거래소의 모의거래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기본예탁금도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온라인 교육 시간이 1~3시간 수준으로 길지 않은 데다가, 기본예탁금 기준도 1000만원에 불과해 개인투자자의 선물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주가를 예상해 베팅하는 선물 거래 특성상 종목 선물은 공매도와 같이 주가 하방 위험을 헷지(분산)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또 레버리지 효과가 커 적은 금액으로도 훨씬 큰 규모의 거래가 가능하다. 개별 종목마다 다르긴 하지만, 개별종목 선물의 경우 일반적으로 10~20%의 위탁증거금율이 적용된다. 1000만~2000만원만 있어도 1억원 규모의 거래가 가능한 것이다. 또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주식을 차입해야 하는데, 선물 거래 비용이 주식 차입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종목 확대로 현물 시장에서의 위험 헷지를 원하는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하고, 파생상품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많아지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번에 모든 종목을 상장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거래소 시스템 개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선물 종목 확대가 국내 증시의 ‘대표 종목’ 격인 코스피200·코스닥150에 포함된 종목들이 적정 가격을 찾아나가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선물의 가장 큰 기능은 가격 발견 기능”이라면서 “최근 에스엠이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급등할 때도, 선물 가격은 현물 가격보다 2만~3만원 낮게 거래됐다”고 말했다.

사실상 공매도와 같은 기능을 하는 선물이 확대되면 주가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과도한 우려’라고 본다. 전균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이미 코스피200·코스닥150에 공매도가 허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종목에 대해 선물 거래가 가능한 상황이고 종목의 수를 늘리는 것뿐이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우려는 적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선물 거래가 내부자 거래나 시세 조종 등에 악용될 여지는 있다. 이효섭 연구위원은 “더 많은 종목에 대한 하락 베팅이 가능해지는 만큼, 이번 SG증권 발 주가 조작 사례처럼 일부 세력이 악의를 가지고 시세 조종을 위해 선물 거래를 활용할 수 있어,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더 촘촘한 조치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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