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줍줍]재평가적립금으로 무상증자하는 영풍제지
고정자산 재평가로 얻는 차익으로 무증 가능
과거 재평가적립금 무증, 물타기 증자 비판도
우리가 흔히 휴지심으로 알고 있는 지관원지(직물을 감는데 쓰는 종이)와 제품 포장용 골판지를 생산하는 영풍제지가 지난달 초 무상증자를 하겠다고 발표했어요.
▷관련공시: 영풍제지 4월 6일 [정정]주요사항보고서(무상증자결정)
영풍제지는 1993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후 처음으로 무상증자를 실시하는데요. 무상증자는 무상(無償)으로, 즉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자본금을 늘리는 행위를 말해요.
자본금(총 발행주식수X주식 액면가)이 늘어났다는 건 주식을 새로 찍었다는 걸 의미하죠. 무상증자를 하면 주주들도 이론적으로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신주를 받을 수 있어요.
반면 유상증자는 신주를 찍어내고 이를 주주 또는 투자자들에게 팔면서 대가를 받는데요. 이떄 받은 대가는 고스란히 자본금으로 들어가요. 그렇다면 대가를 받지 않는 무상증자는 무엇으로 자본금을 늘리는 걸까요.
영풍제지는 무상증자 재원으로 재평가적립금을 활용하겠다고 밝혔어요. 어떤 의미인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볼게요.
1주당 1.5주 신주 지급하는 영풍제지
먼저 영풍제지가 공시한 무상증자 내용을 간단히 살펴볼게요.
영풍제지는 2650만986주의 신주를 발행할 예정. 기존 주주들은 보유주식 1주당 1.5주의 신주를 받을 수 있어요. 무상증자로 배정하는 신주비율이 적지는 않은데요.
물론 엄밀히 말해 주주들이 공짜로 주식을 받는 건 아니에요. 무상증자 비율만큼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권리락이 있기 때문이죠.
어찌됐든 신주배정기준일(4월 20일) 기준 4월 18일까지 영풍제지 주식을 매수 또는 보유한 주주들은 무상증자 신주를 받을 수 있어요. 또 새로 받은 신주는 5월 12일부터 주식시장에 상장해 거래 가능해요.
참고로 영풍제지가 보유한 자기주식(231만3838주)에는 무상증자 신주를 배정하지 않아요.
무상증자 재원, 자본잉여금&이익준비금
앞서 총 발행주식수와 주식 액면가를 곱해서 나온 금액이 자본금이라 했죠.
따라서 무상증자로 주식수가 늘어나는 만큼 자본금도 늘어나야 해요. 그래서 흔히들 여윳돈이 많은 회사들이 무상증자를 한다고 생각하죠.
보통 무상증자 재원은 회사 잉여금을 활용하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잉여금이란 자본잉여금을 말해요. 자본잉여금은 다시 주식발행초과금, 재평가적립금, 기타 자본잉여금 등으로 나뉘어요. 대체로 무상증자를 실시하는 기업들은 주식발행초과금을 재원으로 활용해요.
주식발행초과금은 주식을 발행하고 액면가를 제외한 초과금액인데요. 가령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 100주를 1주당 1000원에 발행했다면 10만원 중 5만원은 자본금에 들어가고 나머지 5만원은 주식발행초과금으로 분류해요.
기업이 상장할 때 공모주 팔고 액면가를 제외한 금액 또는 상장 후 유상증자 등을 하면 주식발행초과금이 생기고 이를 활용해 무상증자를 할 수 있어요.
자본잉여금이 없다면 이익준비금으로 무상증자를 할 수 있는데요.
이익준비금은 상법에 따라 회사 자본금 액수의 절반을 채울 때까지 매년 벌어들인 이익의 10%를 따로 적립해둔 금액이에요. 다른 말로 법정준비금이라고도 해요. 이 돈도 무상증자 재원으로 쓸 수 있어요.
재평가적립금을 재원으로 선택한 이유
영풍제지는 무상증자를 위해 쓸 수 있는 카드 두 가지(자본잉여금, 이익준비금)를 모두 가지고 있는데, 이중 자본잉여금을 쓰기로 했어요. 자본잉여금 중에서도 재평가적립금을 쓸 예정.
보통의 무상증자 회사들이 자주 쓰는 주식발행초과금이나 이익준비금이 아닌 재평가적립급을 쓰는 이유는 간단해보여요. 회사가 발행할 무상증자 규모에 비해 주식발행초과금과 이익준비금 액수가 적기 때문.
지난해 말 기준 영풍제지가 보유한 주식발행초과금은 9억3000만원, 이익준비금은 47억4000만원이에요. 반면 재평가적립금은 192억원을 가지고 있어요. 여윳돈이 좀 더 넉넉한 재평가적립금을 활용해 무상증자를 하기로 한 것이죠.
재평가적립금은 회사가 보유한 고정자산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해 그 차액을 반영한 것인데요. 영풍제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0월 가지고 있던 토지 등 고정자산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해 192억원의 재평가적립금을 쌓아뒀다고 해요.
주주가 한 번 더 생각해 볼 점
과거에는 재평가적립금을 활용해 무상증자를 하는 것을 두고 '물타기 증자'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회사가 열심히 사업을 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차곡차곡 모은 이익준비금이 아닌 가지고 있는 토지, 건물 등 자산을 재평가 받아 부풀린 돈으로 무상증자를 하며 주주들에게 인심을 쓰는 것을 두고 나온 비판인데요.
물론 영풍제지는 약 23년 전에 시행한 자산재평가를 통해 쌓아둔 적립금을 활용해 무상증자를 한다는 점에서 물타기 증자라는 비판에서는 다소 벗어나 있다는 점.
추가로 최근 영풍제지 주가 흐름을 보면 지난 3년 간 꾸준히 주가가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이며 2만9000원대까지 올라갔어요. 그러다 지난 19일부터 주가가 1만6000원대로 크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일각에서는 영풍제지 주가가 최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에서 매도물량이 집중적으로 나와 연일 하한가를 이어가고 있는 선광, 대성홀딩스, 삼천리, 다우데이타 등과 주가 흐름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요.
김보라 (bora5775@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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