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잘할 이름인가… ‘투동주’의 발견, 2층에서 특별한 공이 떨어진다

김태우 기자 2023. 5. 2.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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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주는 신체 조건과 높은 타점의 장점을 잘 가진 선수다 ⓒ두산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두산은 새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27)이 캠프 도중 머리에 공을 맞는 아찔한 부상으로 아직도 KBO리그 데뷔전을 가지지 못했다. 회복하고 몸 상태를 끌어올려 이제 팬들 앞에 선을 보일 참이다. 그럼에도 4월 한 달 동안 5할 이상(12승11패1무)의 승률로 잘 버텼다.

딜런의 공백을 잘 메운 어린 선발투수들이 있기에 가능했고, 그중 하나가 바로 3년차 우완 김동주(21)다.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2021년 두산의 2차 1라운드(전체 10순위) 지명을 받은 김동주는 지난해 1군 무대 데뷔를 거쳐 올해는 시즌 초반 선발로도 활약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잘 보여줬다.

대체 선발로서의 임무는 모두가 박수를 보냈을 정도로 기대 이상이었다. 4경기에 선발로 나가 21이닝을 던지며 1승1패 평균자책점 2.14를 기록했다. 두 번이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는 등 신진급 선수답지 않은 운영을 뽐냈다. 아직 완성이 안 된 투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가능성 자체는 창창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이승엽 두산 감독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을 법하다.

그렇다면 김동주는 어떤 매력을 가졌을까. 우선 신체 조건이 월등하다. 190㎝의 장신에서 나오는 높은 타점이 인상적이다. 리그에서 손에 꼽힐 정도의 높은 릴리스포인트를 갖췄다. 흔히 말하는 상투적인 표현으로, 타자들은 ‘2층’에서 공을 던지는 듯한 인상을 받을 정도의 높이다. 여기에서 나오는 다채로운 구종들이 제각각 궤적을 그리며 타자의 낮은 코스를 파고든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올해 집계에 따르면, 김동주의 평균 릴리스포인트는 190㎝ 수준이다. 두산 팀 내에서는 가장 높고, 평균 릴리스포인트가 190㎝ 이상인 리그 7명의 투수 중 하나다. 익스텐션이 긴 건 아니지만 구속 자체는 느리지 않다. 패스트볼 평균은 시속 약 144.2㎞로 최고 140㎞대 중‧후반의 공을 던질 수 있다. 수직무브먼트도 리그 평균 이상이다. 기본적으로 타점이 높기에 이런 장점은 더 배가된다.

여기에 약 132㎞ 수준의 슬라이더, 약 134㎞ 수준의 스플리터가 뒤를 받친다. 궤적은 다르지만 속도가 비슷하고, 공을 놓는 위치가 높아 타자들로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두 구종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김성배 ‘스포타임 베이스볼’ 위원의 설명이다. 투구폼 자체와 전체적인 신체조건에서 높은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팔스윙을 할 때 똑같은 지점에서 시작은 하지만 타자 앞에서 궤적이 달라진다. 슬라이더는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가고, 스플리터는 땅으로 꽂힌다”고 평가했다. 이중에서도 김 위원이 주목하는 구종은 슬라이더다. 김 위원은 “결정구로도 활용하지만 스트라이크를 잡는 데도 쓴다. 기본적으로 선수가 슬라이더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김동주는 올해 패스트볼 비중보다 슬라이더 비중(44.3%)이 더 높다.

▲ 김동주는 시즌 초반 좋은 활약으로 이승엽 감독(오른쪽)의 눈도장을 받았다 ⓒ두산베어스

김 위원은 이 슬라이더가 특이한 성격을 가졌다면서 매력이 풍부하다고 호평했다. 김 위원은 “기본적으로 슬라이더를 종으로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각도를 가지고 있다. 다만 슬라이더를 던질 때 틀어서 던질 때도 있고, 위에서 찍어 던질 때도 있다”고 했다. 같은 구종이지만 궤적 자체는 다른 성격의 공이라는 것이다. 슬라이더 완성도와 감각에 자신감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실제 김동주의 슬라이더 회전축은 공마다 큰 편차를 보인다. 27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24도에서 258도까지 다양했다. 말 그대로 회전축이 완전히 다른 슬라이더를 던지는 셈이다. 이런 다양한 회전축은 슬라이더의 다양한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타자들의 예상을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슬라이더를 잘 던지는 투수들도 이런 감각을 보여주는 건 쉽지 않다. 다양한 회전축으로 던져본 경험이 있기에 앞으로의 진화 가능성도 더 밝다고 연결할 수 있다.

관건은 몸이다. 김 위원은 “아직은 몸이 다 만들어지지 않았다. 몸이 더 단단해져야 한다. 그렇다면 더 빠른 공과 더 좋은 구위의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몸에 힘이 붙어 패스트볼 구속이 빨라지면, 높은 타점을 이용해 높은 쪽에 힘 있는 공을 던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변화구의 위력도 배가된다.

두산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김태형 전 감독은 지난해에도 김동주의 컨디셔닝에 많은 신경을 썼다. 마른 체형이라 조금 더 힘이 붙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 결과 올해는 하체가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주'는 두산에서 야구를 잘하는 이름이 될지, 지켜보는 과정이 두근두근 재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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