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착시' 걷히나…가속도 붙은 '은행 연체율' 경고음

서상혁 기자 2023. 5. 2.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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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중소기업 여신 연체율, 분기 거듭할수록 상승폭 확대…자영업자·건설업종 '리스크'
금리 상승·경기 하강 국면 맞아 '코로나 착시' 걷힌 듯…금융당국 "손실 흡수 능력 확충" 강조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은행의 현금인출기(ATM)에서 시민들이 입출금을 하는 모습. 2022.12.2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국내 주요 은행의 연체율이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해 0.2%대 초중반에 머물던 4대 은행의 중소 연체율은 연말 이후 3개월 만에 0.3%대로 올랐다. 대출 차주 중에선 '자영업자',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약한 고리로 지목된다.

지난해 한국은행의 7연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한껏 치솟은 가운데 경기마저 악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부실이 점차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연체율 수준 자체는 과거에 비교해 높지는 않으나 현재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가파른 상승세가 예상되는 만큼, 은행권이 충당금 적립을 비롯한 손실 흡수 능력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올 3월말 연체율은 0.20~0.28%로 집계됐다. 지난 연말 0.16~0.23% 대비 소폭 상승했다. 연체율 평균치는 0.19%에서 0.22%로 올랐다.

특히 중소기업 연체율이 두드러졌다. 이들 은행의 3월말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22~0.33%로 집계됐다. 지난 연말 0.16~0.3% 대비 소폭 상승했다. 연체율 평균치는 지난해 6월말 0.20%, 9월말 0.22%, 12월말 0.25, 올 3월말 0.31%로 분기를 거듭할수록 상승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대출 차주 중에선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특히 가파르다. 4대 은행의 올 3월말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20~0.41%로 지난 연말 0.14~0.33%에서 3개월 만에 0.40%를 넘은 은행이 나타났다. 연체율 평균치는 지난해 6월말 0.15%, 9월말 0.16%, 12월말 0.23%에서 올 3월말 0.31%로 올랐다.

업종으로 보면 최근 부실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는 건설업종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4대 은행의 기업대출 중 건설업종 연체율은 지난해 6월 0.09~0.33%에서 지난 연말 0.17~0.34%, 올 3월말엔 0.26~0.48%로 올랐다.

건설업 대출 연체율을 중소기업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6월말 0.14~0.45%, 9월말 0.29~0.73%, 12월말 0.31~0.50%, 0.44~0.67%로 올랐다. 연체율 평균치는 지난해 6월말 0.33%에서 올 3월말 0.56%으로 상승했다. 지난 연말 일부 은행이 부실 채권을 덜어냈음에도, 연체율 상승세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역시 올해 들어 상승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4대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 평균치는 지난해 9월말 0.17%, 연말 0.19%에서 올 3월말 0.24%로 올랐다.

지난해 한국은행의 7연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차주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팬데믹 시기, 사상 최저 수준의 연체율을 보였던 '코로나 착시 현상'이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걷히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잔액 기준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지난해 6월말 연 3.66%에서 12월말 5.19%, 올 3월말 5.29%까지 올랐다.

아직까지 연체율 수준 자체는 과거에 비해 높지 않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월 은행권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올 2월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47%로 팬데믹 초기인 2020년 2월말 0.58%에 비해 낮다. 가계의 연체율은 0.32%로 2020년 2월 대비 0.02%포인트(p) 높다.

다만 올해 들어 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부실 확대에 대비해 충당금 적립 등 손실 흡수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은 IT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기존 전망치인 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은 다음달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기존 전망치를 낮출 전망이다.

특히 은행권은 2금융권 부실이 옮겨붙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은행권 연체율은 금융권 부실을 가늠할 '후행 지표'로서, 은행 연체율이 상승했다는 건 이미 2금융권의 부실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은행권(여신전문금융회사·상호금융·보험·저축은행)의 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2.24%로 직전 분기인 1.81% 대비 0.43%p 상승했다. 6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가계대출은 신용대출, 기업대출은 개인사업자 대출, 중소기업 대출 쪽 연체율이 앞으로의 경기 침체를 반영해 오를 것"이라며 "올 1분기에도 은행들이 충당금을 많이 쌓았는데, 대비 차원에서 이같은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금융당국은 주요 금융지주에 1분기 기준으로 충당금 적립 규모를 이전 대비 확대하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향후 경기 침체 가능성과 과거 대비 대출 금리대가 높아진 점을 반영하라고 했다. 아울러 올 2~3분기 중 은행권에 코로나19 여신 명목으로 '경기대응완충자본(Countercyclical Capital Buffer)' 적립 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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