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또 카페…"출점 제한" 외치는 점주들
본사 규정에도 '제 살 깎기' 불가피, 공정위에 규제 촉구
카페 프랜차이즈 업계가 매장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가운데 가맹점주들이 정부 차원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건물,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카페가 생겨나면서 가맹점들이 출혈 경쟁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점주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2014년 해제한 신규 출점 제한 조치와 같은 명문화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커피음료점은 총 9만3414개를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인 2020년 1월 6만2278곳에서 50% 증가한 수치다.
카페 중에서도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이디야커피는 이번 달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3800호점을 돌파했다. 실제 운영 중인 매장 수는 3200개로 추정된다. 메가커피의 지난해 매장 수는 2204개로 2021년(1620개)보다 584개 늘었다. 컴포즈커피는 이번 달 2109호점을 오픈하며 브랜드 론칭 9년 만에 2000호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매장 수는 1900개로 전년(1285개)보다 615개 증가했다. 빽다방의 지난해 매장 수는 1240개로 전년(980개)보다 260개 늘었다. 4개 업체의 1년간 신규 출점 수를 종합하면 저가 커피 매장이 하루 평균 약 4~5개씩 새로 생기는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무분별한 출점을 막기 위해 '모범 거래 기준'을 도입해 기존 가맹점에서 반경 500m 이내 신규 출점을 금지했다가 2014년 기준을 폐지했다. 가맹점 출점을 제한하니 직영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가 규제의 덕을 봤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가맹점주들은 다시 출점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시행 중인 출점 전략만으론 출혈경쟁을 막기에 역부족이란 이유에서다. 정부 차원의 규제가 없다 보니 가맹점주들은 신규 출점에 따른 제 살 깎기 손해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
경기 고양시에서 저가 커피 매장 한 곳을 운영 중인 정모씨는 "카페가 잘 돼도 옆에 저가 커피 3대장(메가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이 들어오면 같이 망한다는 말이 있다"며 "옆 건물에 타 브랜드가 생기면 손님은 분산되지만 항의할 곳도 없다"고 말했다. 하승재 전국카페가맹점주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카페 두 집이 문을 열면 한 집이 문을 닫는다. 카페 창업은 불나방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들은 또 공정위에서 '커피전문점 표준가맹계약서' 사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권고 사항에 불과하고 예외 조항이 있다고 주장했다. 표준가맹계약서는 "가맹본부는 가맹점 사업자의 영업지역에서 가맹점사업자와 동일한 업종의 자기 또는 계열사의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개설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재건축, 재개발 또는 신도시 건설 등으로 상권의 변화가 발생 △해당 상권의 거주인구 또는 유동 인구가 변동되는 경우 등에 해당하면 영업 지역을 조정할 수 있다고 예외를 뒀다.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윤모씨는 "지난해 매장 80m 앞에 똑같은 브랜드의 매장이 생겼다"며 "본사는 매장 근처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돼서 출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본사에서 지도를 보여주며 권역 밖에 매장을 열었다고 했는데, 선에 걸친 한 끗 차이 출점으로 제 논에 물 대기 격"이라고 덧붙였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의 상생을 위해 지침에 따라 신규 매장을 연다는 입장이다. 이디야커피는 "브랜드 초창기 때부터 상권, 유동 인구 등을 분석해 출점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는 신규 가맹점을 열 때 250m 거리 제한을 둔다. 빽다방도 내부 규정을 통해 출점한다고 밝혔다.
김광부 전국카페가맹점주협의회장은 "카페 업계는 자율 규약이 없고 본사의 지침이 전부"라며 "근접 출점을 막기 위해 대도시·소도시의 인구 밀도 등을 고려해 촘촘한 규약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와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자율규약을 마련해 다른 프랜차이즈 편의점이라도 거리에 따라 출점을 제한하고 있다. 카페 운영자인 이모씨는 "근처 신규 출점으로 매출 피해를 보면 본사에 말해서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본사를 상대로 어떻게 피해를 주장할 수 있겠냐"며 "본사끼리의 합의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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