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당론 거스른 최연숙, 그가 흘린 눈물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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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소위 '뻗치기'(무작정 기다리는 취재)를 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세상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는 당론을 거스르며 찬성표를 던졌다.
최 의원의 눈물에 그들이 가졌을 부담감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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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소위 '뻗치기'(무작정 기다리는 취재)를 하던 중이었다. 여야가 극심한 대치를 이어온 다수의 법안이 표결에 부쳐지는 날이라 긴장감이 한껏 높아진 상태였다. 집단 퇴장이나 피켓 시위 같은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세상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의외의 광경에 취재진 시선이 쏠렸다. 한 의원이 눈물을 흘리며 회의장 밖으로 나온 것이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그는 당론을 거스르며 찬성표를 던졌다. 여당 의원들이 간호법 제정안에 반대하며 집단 퇴장한 본회의장을 외롭게 지켰다. 당론에 반기를 든 의원들은 또 있었다. 국민의힘에서 김예지 의원이 찬성을 눌렀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원욱·신현영 의원이 기권했다. 이날 간호법 제정안은 야당 주도에 의해 재석 181인, 찬성 179인, 기권 2인으로 가결됐다.
최 의원의 눈물에 그들이 가졌을 부담감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당론이 현대정치에서 갖는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정당이 일관된 이념이나 가치 아래 정책을 제시하고 선택받으면서 책임 정치가 가능해진다. 한국에서는 한술 더 뜬다. 거대 양당 구도의 역사 속에서 당론을 기준으로 한 '단일대오'는 늘 최우선 지침으로 통했다. 당론을 거스르는 표가 나올 때마다 '징계하느냐 마느냐'는 얘기가 뒤따르는 까닭이다.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누군가는 소신 투표라고 치켜세울 수 있고, 다른 누군가는 이들도 결국 또 다른 이익에 따라 움직인 것일 뿐이라 얘기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들의 표 자체가 갖는 함의는 크다. 간호법 제정안을 두고 각 정당에 이견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것도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할 만큼 간절하게 외치고 싶었던 목소리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만 더 숙의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오진 않았을까 하는 미련이다. 이제 여당은 대통령에게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한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 법안은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같은 절차를 밟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여야 간 갈등이 어느 때보다 깊을 때라 최 의원이 흘린 눈물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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