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해법이 대의원제 폐지?…이재명·박광온 의견일치 볼까
'금품선거 유혹' 대의원제 개편안 논의 본격화 전망
하지만 당내 이견 분분…박광온 "근본적 치유법 아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의 돌파구 중 하나로 당에 쇄신책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논의 중인 '대의원제 개편' 혁신안도 쇄신책의 일환이다. 그러나 박광온 신임 원내대표부터 대의원제 개편에 대해 "근본적 치유법은 아니다"라고 밝히는 등 당내 비판이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추진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금품선거 유혹' 대의원제 개편안 논의 본격화 전망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돈 봉투 사건을 계기로 내년 총선 대비 쇄신책을 마련하는 데 분주한 모양새다. 당초 당 정치혁신위원회에서 안건으로 논의하던 대의원제 개편안이 당 전략기획위원회로 넘어갔고, 당 정책위원회에서도 같이 혁신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대의원제 축소 등 당 차원의 혁신안 제시도 돈 봉투 의혹에 대응하는 한 가지 큰 줄기"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대의원제 개편을) 의제로 놓고 (지도부에서) 회의한 적은 없어서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하기엔 어렵다"면서도 "그런 부분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을 거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대의원제 개편 방향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표의 등가성을 확충하자는 취지로, 전당대회 때 기존 대의원에게 할당된 표 비중을 낮추고 권리당원의 표 비중을 높이는 방안이다. 두 번째는 대의원 선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추첨제 등을 도입하는 안이다.
일각에선 아예 대의원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검찰은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40여 명에게 9400만 원의 금품이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를 대의원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수의 대의원이 현역 의원과 지역위원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보니 금권선거에 대한 유혹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당 지도부에서도 '완전 폐지'에는 반대하는 기류가 관측된다. 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은 통화에서 "대의원제는 직접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해준다"며 "영남권엔 우리 당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의원제는 민주당이 '전국 정당'으로 발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당 생활을 한 사람이 당의 정체성을 잘 구현할 수 있다는 믿음도 있다"며 대의원제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당내 이견 분분…박광온 원내대표 "근본적 치유법 아냐"
당 일각에선 대의원제 개편은 돈 봉투 문제의 본질과는 관련이 없는, 이른바 '물타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가 핵심 피의자로 거론된 윤관석, 이성만 의원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자진 탈당하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섣불리 쇄신책을 띄우는 건 오히려 사태의 심각성을 흐린다는 지적이다.
지도부 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본격화하면 대의원제를 둘러싼 이견이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방송 인터뷰에서 "대의원제 개편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치유법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지도부에 속한 또다른 의원도 통화에서 "극우정치와 포퓰리스트 출연 우려 등으로 대의원제 폐지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설익은 대책 수립'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지도부 의원은 "지금 사람들은 누가 돈을 받았고 누가 책임지는가에 관심이 쏠린 상태다"라며 "재발방지책을 비롯한 쇄신안은 향후 검찰 수사로 실체가 드러나 지도부가 사과할 때 함께 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한 중진 의원도 "전당대회 문화와 제도를 바꾸자는 취지에서 선제적으로 대책을 내놨는데, 그와 다른 조사 결과가 나오면 또다시 수습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편적인 쇄신책 논의'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당내 선거에서 후보 개인의 자금 동원 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바꾸고, 조직을 동원해 선거 치르는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며 "대의원제 개편이 자극적이라 그 부분만 주목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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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허지원 기자 w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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