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발 주가 폭락…‘CFD 익명성’에 다단계 결합, 감시망 무력화

이재연 2023. 5. 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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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뉴스AS] 차액결제거래 주가조작 사태
세계경제 침체 우려로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가 떨어진 지난해 7월6일 한 금융사 직원들이 모니터 화면을 들여보고 있다. 연합뉴스

주가조작의 주범으로 지목받은 차액결제거래(CFD)를 두고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차액결제거래가 주가조작에 악용되기 쉬운 건 맞지만, 이번 주가조작의 경우 차액결제거래보다는 ‘다단계’라는 수법 자체의 특징이 더 두드러지는 탓이다. 앞서 금융당국이 관련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으나 개선안을 도출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일반 ‘빚투’와 비슷한 CFD…차이는 ‘익명성·만기’

1일 국내 증권사들의 차액결제거래 상품설명서를 보면, 차액결제거래는 투자자가 주식 등 기초자산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그 가격 변동분(차액)만 결제하는 파생상품이다. 가령 10만원짜리 주식이 11만원으로 오르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일반적으로는 투자자가 10만원을 내서 주식을 사야 1만원을 벌 수 있지만 차액결제거래는 다르다. 10만원의 40%에 해당하는 증거금 4만원만 내면 1만원을 벌 수 있다. 더 적은 돈으로도 같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질 때는 투자원금 이상의 손실을 볼 수 있다.

여기까진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와 비슷한 구조다. 차액결제거래와 신용융자 모두 국내 규제상 최대 레버리지 비율(차입에 의존하는 정도)도 2.5배로 같다. 쉽게 말해 10만원짜리 투자를 하려면 자기 돈을 적어도 4만원은 넣어야 한다. 돈을 덜 들이고 거래량을 늘려 주가를 띄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차액결제거래가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반면 익명성 여부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신용융자의 경우 투자자가 자기 명의로 주식을 사지만, 차액결제거래 주문을 실행하는 건 투자자가 아닌 증권사다. 통상 고객의 주문을 받은 국내 증권사가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한국거래소에 주문을 넣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관련 매매 물량이 소시에테제네랄증권 명의로 집계된 배경이다. 투자자들이 익명성을 악용해 각종 불공정거래 행위를 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신용융자와 달리 정해진 만기가 없어 장기적인 주가조작을 펼치기 쉽다는 차이도 있다.

반대매매가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탓에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반대매매는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떨어질 때 투자자가 증거금을 더 넣지 않으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리는 것을 가리킨다. 차액결제거래에서는 반대매매가 통상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반면 신용융자의 경우 투자자에게 이틀간 증거금을 보충할 말미를 준다. 그 사이에 증거금이 보충되거나 주가가 다시 오르면 반대매매가 진행되지 않는다.

■ 당국도 이미 감시망 강화…“CFD 문제 아닐수도”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도 차액결제거래 감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이어져왔다. 특히 2019년 이후 차액결제거래 규모가 늘면서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차액결제거래는 특정 요건을 갖춘 전문투자자만 이용할 수 있는데, 2019년 전문투자자 요건이 완화되자 차액결제거래 규모도 그 영향을 받았다. 국내 투자자들의 차액결제거래 잔액(기초자산 시가 기준)은 2019년 말 1조2천억원에서 2020년 말 4조7천억원으로 급증했다. 2020년 상승장으로 인한 효과를 감안해도 차이가 크다.

일단 익명성 악용을 막기 위한 감시 시스템이 강화됐다. 한국거래소는 2020년 11월 보도자료를 내고 “차액결제거래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여부를 집중 심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문이 외국계 증권사 명의로 이뤄져 실제 위탁자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차액결제거래 계좌를 분석하고 회원사에 관련 자료를 요구해 받아내겠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도 2021년 행정지도를 통해 최저 증거금률을 1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레버리지 비율을 신용융자와 맞춘 것이다.

때문에 주가조작 사태가 감시망을 피해간 원인은 차액결제거래 특성보다는 시세조종 수법 자체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주가조작 세력끼리 짜고 치는 거래(통정매매)가 통상적인 수준보다 치밀하게 이뤄졌다는 점이 꼽힌다. 이들은 아이피(IP) 주소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각자 다른 장소에서 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를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끌어올린 탓에 주가 급등에 따른 이상 신호도 감지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책임론이 거세지자 차액결제거래 관련 제도 보완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만기나 반대매매 시점, 공시 강화 외에는 건드릴 부분이 마땅치 않아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차액결제거래나 일반 신용융자나 경제적 효과는 같다”며 “차액결제거래에 초점을 둬서 제도를 고치는 게 좋은 해결책일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PF대주단 협약식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기념촬영을 위해 단상에 올라서 있다. 연합뉴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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