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있으면 거래 안돼요” 주택시장 ‘전세 공포’ 확산

사기피해·깡통 전세 우려 탓에 하락 지속… 같은 단지 1억 차이
월세 얻거나 대출없는 집 선호 “전세 제도 사실상 종말 수순”

인천지역 아파트 전세시장이 ‘전세사기 포비아’ 확산으로 인해 대출이 있는 아파트는 전세가격이 반토막나고 있다.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 이미지투데이

 

인천지역 아파트 전세시장에 ‘전세사기 포비아’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대출 유무에 따라 전세가격이 절반 가까이 차이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천의 부동산 시장을 이끌던 송도국제도시에선 전용면적 84㎡의 아파트가 대출이 있다는 이유로 전세가격이 1억원대까지 급락하고 있다.

1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정보시스템을 통해 인천지역의 전월세 거래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1개월 동안 이뤄진 아파트 전세거래는 2천348건에 불과하다. 이는 최근 5년 동안 가장 적은 수치다. 

인천지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도 전반적인 부동산 하락세에 따라 덩달아 낮아지고 있다. 지난 2021년 4월 인천지역 아파트 전용면적 84㎡의 평균 전세가격은 1억9천303만원에서 지난달에는 1억6천721만원으로 하락했다.

특히 담보 대출이 있는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반토막나고 있다.

이날 송도의 A아파트는 전용면적 84㎡의 평균 전세가격이 2억4천~2억7천만원이지만, 같은 단지라도 대출이 있는 아파트는 1억8천만원대에 그친다. 서구 검단신도시의 B아파트의 전용면적 94㎡의 전세가격이 3억원에 이르지만, 대출이 있는 매물의 전세가격은 1억5천만원으로 평균 전세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남동구 논현동의 C아파트도 전용면적 84㎡의 평균 전세가격은 3억5천500만원이지만, 대출이 있는 같은 동의 아파트는 1억8천만원에 불과하다.

이 같은 종전 대출이 있는 아파트의 전세가격 반토막은 ‘깡통전세’, 즉 자칫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최근 인천의 빌라에서 시작한 전세사기 피해가 아파트까지 확산한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집값 하락이 계속 이어지는 것도 이 같은 아파트 전세가격 하락을 부채질 하고 있다.

아예 세입자들은 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전세집을 얻기보다는 아예 월세를 얻거나, 보증금을 더 내더라도 대출이 없는 전세집을 선택하고 있다.

송도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사기로 인해 전세집을 알아볼 때 대출 유무가 큰 잣대 중 하나”라며 “최근 ‘전세 포비아’로 인해 대출이 있으면 아예 찾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최우선변제금이나 근저당권 등에 관심이 없던 시민들이 전세집을 얻을 때 많이 신경쓰는 부분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부분 융자금이 있는 전세집을 보여주면 좋아하질 않아 아예 물건에서 뺀다”며 “대부분 보증금을 5천만원, 1억원 더 얹더라도 대출 없는 집을 선택한다”고 했다. 

지역 안팎에서는 전세가격의 양극화와 함께 갭투자로 이어진 깡통전세 현상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청라국제도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의 외면으로 대출 유무에 따른 전세가격의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다”며 “결국 대출이 있는 아파트는 ‘부실 전세집’으로 불리면서 시장에서 퇴출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2~4년 전 무자본 갭투자가 성행한 시기에 이뤄진 무분별한 부동산 거래의 후폭풍이 전세에 대한 불신 탓에 전세 가격 폭락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전세가격은 왜곡과 월세 가격 상승 등으로 전세제도가 사실상 종말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김지혜 기자 kjh@kyeonggi.com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