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원룸 아파트서 54년을 살았던 화가...'호퍼 A~Z'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2023. 5.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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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호퍼 A~Z'는 에드워드 호퍼의 생애를 알파벳 키워드로 정리한 책이다.

한국 최초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호퍼 회고전이 열리는 것과 맞물려 한길사에서 출간한 책은 호퍼의 생애를 간략하고 다양하게 다룬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호퍼 삶의 장면들을 키워드로 포착하고, 호퍼의 작품에 담긴 긴장감과 멜랑콜리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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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퍼 A-Z' 책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그는 말로 할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회화는 일종의 언어적 영점(zero point)에서, 아무 할 말이 없을 때 시작된다는 유명한 말을 한 적이 있다."(137쪽)

이 책 '호퍼 A~Z'는 에드워드 호퍼의 생애를 알파벳 키워드로 정리한 책이다.

에드워드 호퍼는 가장 대중적인 미국 현대미술가로 불린다. 한때는 잡지 일러스트를 그리면서 생계를 유지한 삽화가, 허드슨강이 내려다보이는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뉴욕의 원룸 아파트에서 54년을 살았던 화가다. (뉴욕의 다갈색 빌딩을 담은 그림때문에, 실제 뉴욕 풍경은 호퍼의 그림처럼 보인다)

저자 얼프 퀴스터는 독일 태생의 미술사학자이자 큐레이터다. 2004년부터 스위스 리헨에 위치한 바이엘러 재단의 수석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에드워드 호퍼전(2020), 베이컨-자코메티전(2018), 모네전(2017), 칸딘스키전(2016) 등 굵직한 전시를 기획, 진행해왔다. 2005년부터 알베르트 루트비히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한국 최초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호퍼 회고전이 열리는 것과 맞물려 한길사에서 출간한 책은 호퍼의 생애를 간략하고 다양하게 다룬다.

어쩌면 관음증처럼 사람들의 행동을 엿보고 그려낸 호퍼의 그림들은 쓸쓸하고 외롭고 스산하기 그지없다. 익숙함과 낯섦이 교차하고, 서로 할 말을 품은 듯한 인물들이 조용하게 말을 건다. 그림 속에서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거나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일상적인 장면 속에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낯선 세상에 빠져들게 한다. 특히 열린 창문을 통해 뉴욕의 아파트 안을 들여다보게 한다. 호퍼의 작품들에서 블라인드나 커튼에 가려진 창문, 닫힌 창문은 보이지 않는 실내의 존재를 느끼게 한다.

그가 담은 풍경화는 누가 보아주기를 원하는, 지금 보면 SNS 사진 같기도 하다. 카페에서, 호텔방에서, 술집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고독감을 절절하게 품어낸다. 작품들 대부분 모델은 그의 부인(조세핀 호퍼)이다.

에드워드 호퍼, 〈햇빛 속의 여인〉, 1961. 린넨에 유채, 101.9 × 152.9 cm.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50th Anniversary Gift of Mr. and Mrs. Albert Hackett in honor of Edith and Lloyd Goodrich 84.31. © 2023 Heirs of Josephine Hopper/Licensed by SACK, Seoul *재판매 및 DB 금지

"조시는 호퍼에게 중요했다. 호퍼에게 수채화를 그리도록 권유한 것은 아마도 그녀였고, 호퍼가 그린 소수의 모델 중 한 명으로, 여성이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작품에서 모델이 되었다. 그녀는 '뉴욕극장'의 안내원, '누드 쇼'의 스트리퍼, 빈방에 서서 햇빛을 받으며 담배를 들고 있는 나체의 나이 든 여성('햇볕 속의 여자')의 모델이다. 두 사람은 많은 점에서 매우 달랐다. 조시는 키가 작았고 가만히 있지 못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어린아이처럼 포니테일을 하고 있었다. 반면 호퍼는 키가 크고, 용의주도하며, 과묵하기로 악명 높았다. 1960년대 초에 했던 인터뷰 기록을 보면 조는 기꺼이 호퍼를 대신해 말하곤 했다."(69쪽)

저자는 이 책에서 호퍼 삶의 장면들을 키워드로 포착하고, 호퍼의 작품에 담긴 긴장감과 멜랑콜리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밝힌다. 호퍼가 자란 곳, 좋아하던 시인, 유럽 여행, 잡지 삽화가로의 경력 등 호퍼라는 예술가를 만들어낸 경험들이 이 책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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