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권위' 집무실 이전·용산공원 개방… '용산시대' 완성[尹정부 개혁 1년]
기사내용 요약
구중궁궐 '청와대'서 나온 尹…제왕적 대통령 탈피 노력
대국민 소통 개선에 방점…새 '대통령 문화' 정착 시도중
120년 '금단의 땅' 용산기지, 4일 '어린이 공원'으로 개방
약식회견 중단…생방송·대국민보고회는 소통 한계 드러내
[서울=뉴시스] 박미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을 앞둔 오는 4일 용산공원 일부가 '용산어린이정원'으로 탈바꿈해 국민에 전격 개방된다.
120년간 일본군과 주한미군 기지로 쓰였던 탓에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에게는 '금단의 땅'이었던 곳이 드디어 국민 품에 안기는 것이다.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면서 개막한 '용산시대'가 용산공원 개방으로 1년 만에 사실상 완성되는 셈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용산공원 개방은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로 추진됐다.
구중궁궐이자 권위주의시대의 상징인 청와대에서 벗어나 일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참모·민간 전문가와 소통하는 한편, 대통령 집무실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거리까지 시민들이 자유롭게 거닐 수 있도록해 국민과의 접촉면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러한 결단은 새로운 '대통령 문화'를 만들어 '과거 정치문화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 본다.
구중궁궐에 갇혀 권위를 틀어쥔 채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제왕적 대통령'의 형태를 벗고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면 통치의 방식이 달라지고, 정치가 바뀌고, 나아가 국민 삶의 변화로 이어질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윤 대통령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중심제 국가라하면 대통령직 수행 과정이 투명하게 국민들에 드러나고 날 선 비판을 받아야 한다 생각한다"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비판 받는 새로운 대통령 문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집무실 이전의 필요성은 윤 대통령만이 제기한 건 아니다. 김영삼, 김대중, 문재인 대통령은 광화문 청사로 이전을 공약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세종시로 옮기겠다고 했다.
집무실 용산 이전을 두고 끊임없이 비판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통령마저도 "청와대 이전은 잘못된 대통령 문화의 한장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대통령 문화를 여는것"이라며 "국민속으로 들어가는 대통령이야 말로 진정한 대통령의 권위"라고 했다.
그러나 이를 실행에 옮긴건 윤 대통령 뿐이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을 10대 공약에 넣고 취임 당일 용산 집무실로 출근했다. 이날 70년간 굳게 닫혀있던 청와대 문이 열렸고 국민들은 청와대 경내를 향유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함께 추진해온 프로젝트가 용산공원 개방이다. 용산공원이 개방돼야만 비로소 온전한 '용산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실 이전 발표당시 공원 조성 계획도 함께 밝히면서 "과거 서울에 없었던 50만평의 공원을 시민에게 돌려드리는 거다. 이렇게 공원을 조성하면 잔디밭에서 결혼식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개방되는 용산어린이 정원은 용산공원 반환 부지의 일부다. 시범 개방을 한 적은 있지만 공원으로 조성해 상시 개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지 반환은 2000년대 들어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서부터 시작됐지만 속도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2022년 대통령실 이전을 계기로 한미간 합의로 반환 속도가 빨라졌다.
전체 용산기지 약 243만㎡(약 74만평) 중 지난해 58.4만㎡(약 18만평)를 반환받았으며, 이번에 개방하는 곳은 용산어린이공원으로 조성한 30만㎡(약 9만평)다.
한때 용산공원은 '내서널 메모리얼 파크(National Memorial Park·국립추모공원)'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미래세대인 어린이와 그 가족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파격적으로 명칭에 '어린이'를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공원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수 있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용산시대의 대표적 상징인 '도어스테핑(약식기자회견)' 중단은 소통정치를 강조했던 윤 대통령에게 아픈 대목이다. 국민에게 매일 질문 받고 답하는 '소통'의 대통령을 각인시킨 순기능도 있었지만 발언 내용과 태도 등으로 지지율이 출렁이며 결국 중단됐기 때문이다. 국민과의 약속을 스스로 깬 셈이다.
출입기자와 대통령실 참모간 충돌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지난해 11월 18일로 중단됐다. 이후 언론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크게 줄어들면서 여론의 비판이 거셌다.
이에 윤 대통령은 소통의 다른 방식을 찾았다. 국민을 초청해 국정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나 도어스테핑에 비하면 대국민 소통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언론이 국민이 궁금해 하는 민감한 이슈를 질문하는 도어스테핑의 쌍방향 소통에 비해 일부 국민이 참석하기 하지만 국정 이슈에 민감한 질문을 하지 못하는 국정 설명회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영빈관을 활용할 수 있게 되자 국민 패널 100여명을 초청해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개최하는 등 과거에 외빈을 접견하던 영빈관을 또다른 국민과의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국무회의, 비상경제민생회의, 각 부처별 새해 업무보고 등 각종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회의를 국민에 생중계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기위해 회의마다 토론을 끼워넣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은 기업인들을 만나는 자리마다 건의, 제안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달라, 대통령실로 찾아오라는 말을 빼먹지 않는다. 한 참모는 이와 관련해 "의례상 하는 말이 아니다. 대통령실에는 담이 없어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최대한 많은 국민과, 가능한한 열린 공간에서, 어떤 의견이든 나눌 수 있는 소통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늘 참모들에 강조하고 있다"며 "용산시대의 개막은 소통의 리더십을 위한 첫걸음이자, 국정의 답을 국민에게서 찾고자 하는 윤 대통령 의지의 발현"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mypar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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