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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때 보였던 정부 태도가 신경이 쓰이긴 해요."
화물연대는 지난해 6월 정부로부터 안전운임제(화물운수 종사자의 적정 임금 보장) 확대 논의를 약속받고 1차 파업을 종료했다.
정부와 여당, 대통령실은 이를 정치파업으로 규정하고 맹공을 퍼부었고,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며 화물연대를 국민이 아닌 '적'으로 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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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화물연대 파업 때 보였던 정부 태도가 신경이 쓰이긴 해요."
최근 간호법 논란과 관련해 의사 몇 분이 이런 얘기를 꺼냈다. 의외의 반응이었다. 노조나 진보단체라면 '오죽하면 이럴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보수층인 의사 그룹에서 나왔다면 가볍게 넘길 얘기가 아니다.
외양만 보면 요즘 의사들(엄밀히 말하면 대한의사협회 소속 회원 중 일부)의 전투력은 최고조에 달한 모습이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지역사회 간호'로 확대하는 법이 간호사들의 단독 개원의 단초가 돼 의료체계가 붕괴할 것이라고 성토하면서 이필수 의협 회장은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의협은 '진료 거부'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의협의 속내는 적잖이 정부 대응을 의식하는 눈치다. 의협은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주길 바란다. 국민의힘이 간호법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대통령실에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만큼 윤 대통령의 결단만 남은 상태다. 이르면 9일, 늦어도 16일 국무회의 때 거부권 행사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그렇기에 윤 대통령을 자극할 만한 언행을 삼가는 분위기다.
의협이 몸을 사리는 이유는 또 있다. 윤 대통령과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지난해 12월 많은 국민이 경험했다. 화물연대는 지난해 6월 정부로부터 안전운임제(화물운수 종사자의 적정 임금 보장) 확대 논의를 약속받고 1차 파업을 종료했다. 그러나 3개월 뒤 국토교통부가 "안전운임제 효과가 불분명하다"며 입장을 바꾸자 화물연대는 11월 총파업에 나섰다. 정부와 여당, 대통령실은 이를 정치파업으로 규정하고 맹공을 퍼부었고,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며 화물연대를 국민이 아닌 '적'으로 간주했다. 이 발언이 나온 이후 화물연대는 결국 정부의 강경책에 두 손을 들었다.
이런 의협의 우려와 달리, 의협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화물연대와는 묘하게 다르다. 파업을 말리기 위해 설득하거나 때로는 압박하던 정부의 행동 패턴을 이번 사태에선 찾기 힘들다. 의협은 3일 부분파업과 이달 중순쯤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의료 시스템을 모니터링하겠다며 긴급대응반을 꾸렸다. 파업을 비판하거나 말리기는커녕 기정사실로 하고 대응에 나선 것이다. 화물연대 파업 당시 국토교통부가 "세력 확장을 우려한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발언한 것과는 확연한 온도차다.
정부는 파업이 벌어지지 않았는데도 의협 파업에 따른 진료 공백이 우려된다며 보건의료 재난위기 '관심 단계'로 올렸다. 위기 단계를 올릴 정도면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건데, 역시 "파업만은 안 된다"는 형식적 발언조차 나오지 않았다. 정부 대응이 상대에 따라 달라진 셈이다.
물론 의협이 아직 파업을 강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게 어불성설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자세를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화물연대를 향해 "국민의 일상을 볼모로 잡으면 국민이 큰 고통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파업도, 파업을 바라보는 자세도 바뀌면 좋겠지만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거나 비판할 때 대상에 따라 달리 적용하지 않길 바란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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