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기시다 답방·한미일 협력 강화로 '외교 주도권' 이어간다
'방미 성과' 실행 위한 준비 방안 지시
尹 선제적 외교, 기시다 조기 답방 견인
조태용 "日, 韓 이익에 도움 될 일 해야"
한일회담 후 G7 계기 한미일 정상회담
윤석열 대통령이 12년 만의 국빈 방미 성과로 도출한 '워싱턴 선언'을 바탕으로 한미일 3국 협력 강화와 더 나아가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오는 7, 8일로 예상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과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 한미일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무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미국 순방에서 돌아온 다음 날인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안보를 비롯해 산업, 과학기술, 교육, 문화 등 모든 면으로 동맹을 확장시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무엇보다 청년, 미래세대에게 기회의 플랫폼이 되도록 후속조치를 구체화해 달라"고 지시했다. 청년, 미래세대 언급은 이번 방미에서 한미 양국이 총 6,000만 달러(약 802억 원)를 투자해 2,023명의 이공계·인문사회 분야에서 청년 교류 지원을 합의한 것을 각별히 챙겨 달라는 지시다. 청년과 미래세대가 한미동맹 강화의 수혜자임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2일에도 국무회의에서 방미 성과에 대한 총평을 국민에게 직접 밝히는 동시에 관계 부처에 후속 조치를 주문할 계획이다. 외교 성과 홍보를 통해 하락세를 보였던 지지율을 반등시키면서 국정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외교 주도권 확보 판단... 조태용 "日, 韓 도움 될 일 해야"
대통령실은 이번 국빈 방미 성과를 한미 안보동맹 업그레이드뿐 아니라 '외교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 3월 국내 반발에도 발표했던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방안 발표와 한일 정상회담으로 미국의 긍정 평가를 이끌어냈고, 이는 국빈 방미에서의 환대와 기시다 총리의 방한 결정으로 이어졌다는 인식이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평가의 근거로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방일 이후 50여 일 만에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 시점을 꼽는다. 당초 양국에선 이달 19~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후인 이르면 6월쯤 기시다 총리의 답방이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오는 7, 8일쯤으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 측 기류 변화는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가 확정된 4월 초 이후였다고 한다. 일본 측에서 기시다 총리의 방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의 미국과 일본에 대한 선제적 외교가 한일관계 정상화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기시다 총리를 움직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시다 총리의 방한 일정과 관련해 "확정되면 양국에서 공동으로 발표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도 YTN에 출연해 기시다 총리 방한의 의미에 대해 "셔틀 외교 정상화를 빨리 실행하고 G7 정상회의 이전 한국 얘기를 경청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가 강제동원에 대한 '사죄와 반성'이라는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취할지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대신 "한일관계가 정상화됐기 때문에 한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일본이 해야 된다"며 "과거의 일도 있지만 현재, 미래의 일도 있으니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춰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일 셔틀외교 차원에서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당시 총리의 방한이 마지막이다. 기시다 총리가 이달 초 방한한다면 11년 이상 중단된 한일 셔틀외교가 복원되는 셈이다. 일본 총리의 방한도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마지막이었다.
한일 셔틀외교 복원 및 G7에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셔틀외교 복원 외에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위한 결속을 다지는 데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한미일 3국 정상은 지난해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첫 만남 이후 같은 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을 열고 북핵 위협 대응뿐 아니라 첨단기술·공급망·에너지 등 경제안보 협력과 남중국해 문제 등 글로벌 안보 이슈에 함께 대응한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이러한 협력관계는 G7 정상회의 기간에 협의 중인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일련의 정상 외교 과정에서 일부 잡음도 있었지만, 한미일 안보협력을 중심으로 글로벌 가치동맹을 확장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구상이 실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 안보실장도 YTN에서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 포기에 따른 우려에 대해 "우리가 가치외교를 내세워 한미동맹을 가치동맹으로 만들고 이를 기본으로 다른 나라들과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고 반박했다.
외교 성과 위해 대야관계 중요... 간호법 거부권 행사 주목
외교만큼 안정적 내치도 윤 대통령에게 중요한 과제다. 방미 성과 이행과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선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지만, 윤 대통령의 취임 이후 야당에 대한 협치나 통합 제스처는 전무하다. 특히 지난주 야당 주도로 처리된 간호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에 따라 대야관계는 또다시 격화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요청을 시사했으나, 대통령실은 야당의 공세로 외교 성과가 묻힐 가능성을 고려해 거부권 행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직능단체 의견 수렴과 당정 협의를 거쳐 충분히 숙의한 다음에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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