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보험 한도 낮춰… 전세금 더 내릴 듯
올해 공시가격도 18% 내려
이달부터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강화된다. ‘전세 보증보험’은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 HUG가 대신 임차인에게 돈을 주는 것으로 임차인 또는 임대인이 가입할 수 있다. 시세가 불분명한 빌라는 전세 보증보험 한도가 ‘전세금의 기준선’ 역할을 한다. 혹시 보증금을 떼일 것을 염려해, 임차인은 전세 보증 한도 내에서 전세를 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는 공시가격의 1.5배까지 전세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했지만, 이달부터는 공시가격의 1.26배까지만 가입할 수 있게 된다고 HUG가 1일 밝혔다. 올해 공시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보증금 2억원 빌라의 전세 보증보험 한도는 실질적으로 작년보다 4500만원쯤 낮아진다. 결국 ‘보증보험 한도’ 인하로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집주인이 나가는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대인들 사이에선 “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에 대해서만이라도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시가격의 1.26배’라는 새 기준은 이달 보증보험 가입을 신청하는 신규 전세계약부터 시행된다. 올해 중에 기존 계약을 갱신하는 세입자는 이전 기준(공시가격의 1.5배)을 적용받는다. 내년 1월부터는 신규·갱신 모두 ‘공시가격 1.26배’ 안에서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보증보험 한도가 낮아지면서, 빌라 전셋값 하락은 불가피하다. ‘전세 사기’를 우려하는 세입자들이 보증보험 한도에서만 전세에 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달 28일 확정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평균 18.63% 내리면서, 실질적으로 보증보험에 가입 가능한 전세가격은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예컨대 공시가격이 1억5000만원인 서울 강서구의 한 전용 23㎡ 빌라는 작년엔 전세보증금을 2억2500만원까지 받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올해 공시가격이 1억4100만원으로 내리고, 보증보험 가입 기준까지 강화돼 보증금 한도는 1억7700만원으로 낮아진다. 집주인이 기존 보증금 2억2500만원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 1억7700만원 새입자를 들이면, 4800만원 차액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만약 그 돈을 구하지 못하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임대인들은 “정부의 보증보험 축소로 인해 역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며 “전세사기가 아닌 일반 임대인·임차인의 피해가 확대되지 않도록 대출 관련 규제를 풀어달라”고 호소한다. 전국임대인연합회는 지난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보증금 반환을 목적으로 하는 대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달라”며 “일반 임대인을 위해선 주택담보대출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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