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도 배출권 거래한다… 감축량만큼 지역 간 주고받기 가능

김예윤 기자 2023. 5.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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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먼지(TSP),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등 대기오염물질도 사업장이 외부 활동을 통해 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경우 그 감축분만큼 추가로 배출량을 할당받을 수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기오염물질도 배출량과 감축량의 상쇄가 인정되고, 권역에 할당된 총량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지역 간에 여유분을 주고받으며 지역 배출 허용 총량을 변경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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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처럼 할당량 탄력 조정… 총량 내에서 배출-저감량 상쇄
사업장에 친환경 시설 마련하면, 예상 감축량만큼 당겨쓰기 가능
일부선 관리 느슨해질까 우려… 환경부 “저감 활동 활성화될 것”
온산국가산업단지 전경.
# 충남 A화력발전소는 발전 설비를 확대하고 싶은데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미 사업장에서 배출할 수 있는 대기오염물질 할당량을 꽉 채워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A화력발전소는 충북 B화력발전소의 노후 설비를 친환경 연료를 쓰는 새 기계로 바꾸는 데 투자하기로 했다. B화력발전소에서 감축한 대기오염물질을 A화력발전소가 감축한 것으로 인정받으면 할당량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경남의 C제조업체는 2024년 사업장에 오염물질 배출을 방지하는 보일러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설비가 완료되는 2025년에는 지금보다 오염물질 배출을 약 50%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산정됐다. 이렇게 되면 C업체는 2025∼2026년 감축할 수 있는 할당량만큼 당겨서 올해 배출할 수 있게 된다.

●대기오염도 온실가스처럼 배출권 거래 유연화

앞으로 먼지(TSP),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등 대기오염물질도 사업장이 외부 활동을 통해 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경우 그 감축분만큼 추가로 배출량을 할당받을 수 있다. 또 저감시설 설치 계획 등을 고려해 미래의 배출량을 앞당겨 쓸 수 있게 된다.

연도별, 권역별 배출 총량은 변하지 않지만 그 총량 안에서 기업이 배출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의 대기관리권역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고 1일 밝혔다.

‘대기오염물질 총량관리제도’란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에 연도별로 배출할 수 있는 대기오염물질 총량을 정해 둔 것이다. 권역은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과 중부권(대전 및 충청), 남부권(광주 및 호남), 동남권(부산 울산 대구 및 영남)으로 나뉜다.

권역 아래 다시 시도별, 사업장마다 오염물질 배출 허용 총량을 할당한다. 사업장이 허용된 오염물질 배출 할당량보다 적게 배출할 경우, 남은 할당량을 배출권 거래를 통해 다른 사업장에 판매할 수 있다. 반대로 할당량을 초과할 경우 사업장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다음 연도 할당량을 삭감한다. 탄소 저감을 위해 운영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시장과 비슷한 원리다.

온실가스 배출거래제에는 해외에서 탄소를 저감할 경우 이를 국내에서 배출 가능한 총량으로 전환해 주는 ‘상쇄’나 상황에 따라 과거나 미래에서 예비분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차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행 대기오염물질 배출 관리제에서는 현행법상 한 번 할당받은 배출 허용 총량을 변경하기 어렵다.

이에 산업계에서는 “대기오염물질 배출 관리제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공장을 증설하거나 폐쇄했을 때, 배출량이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는데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환경부와 대한상공회의소의 ‘기업환경정책협의회’에서 한 제조업체 임원은 “공장을 증설하려면 대기 배출 허용 총량이 추가로 필요한데, (시군 등) 지역 배출 허용 총량이 부족해 추가 할당을 받을 수 없어 증설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기오염물질도 배출량과 감축량의 상쇄가 인정되고, 권역에 할당된 총량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지역 간에 여유분을 주고받으며 지역 배출 허용 총량을 변경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기업 봐주기” vs “오히려 저감 총량 늘 것”

1개정안에 산업계의 건의가 반영되면서 ‘기업 편의를 봐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할당 총량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전력 수급 등 제한적인 경우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요청으로 조정하는 등 절차가 엄격하다.

그런데 이를 유연화한다면 오염물질 관리가 느슨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2014년 이후 실제로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초과해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례가 없어 “제도를 유연화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과는 “기업의 대기오염물질 저감 방법이 다양해지는 효과가 있다”며 “가령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자본과 기술을 투자해 외부 감축을 하는 경우 전체 대기오염물질 총량은 줄어들어 대기질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유연화라고 표현하지만, 권역별로 할당된 총량을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주고받기 때문에 오염물질이 늘어나진 않는다”며 “오히려 경직된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해 법 이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오염물질 총량관리제도
전국 4개 권역에 연도별로 배출할 수 있는 대기오염물질 총량을 정해두고 관리하는 제도. 권역별 사업장이 할당량보다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할 경우 잔여량을 다른 사업장에 판매할 수 있고 초과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고 다음 연도 할당량을 삭감한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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