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바나나는 예술 작품?

김희국 기자 2023. 5. 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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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리움미술관에서 '모종의 사건'이 발생했다.

그렇다면 바나나가 예술 작품? 일단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조금 후에 하자.

구매자가 산 것은 바나나가 아니라 작품에 딸려 오는 정품 인증서(영수증)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바나나는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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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리움미술관에서 ‘모종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 미술관에서 지난 1월 30일부터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을 전시하고 있었다. ‘코미디언’이란 제목으로 섣부른 상상은 금물이다. 실제 작품은 흰 벽에 은색 테이프로 바나나를 붙인 것이 전부다. 그렇다면 바나나가 예술 작품? 일단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조금 후에 하자.


KBS 보도를 통해 ‘모종의 사건’ 전말을 살펴보면 한 대학생이 1억5000만 원(12만 달러)에 달하는 ‘코미디언’의 바나나를 먹고 껍질만 다시 붙여 놓았다. 대학생은 ‘왜 바나나를 먹었냐’는 질문에 “아침을 안 먹어 배가 고파서 먹었다”고 답했다. 그는 또 “작품을 훼손한 것도 어떻게 보면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사실 먹으라고 붙여놓은 것이 아닌가”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바나나의 수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미디언’이 처음 예술계에 등장한 것은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다. 작가 카텔란은 동네 채소 시장에서 30센트를 주고 바나나를 산 뒤 테이프로 벽에 붙여 놓고 전시했다. 당시에도 한 행위예술가가 퍼포먼스를 한다면서 바나나를 먹어 버렸다. 작품이 12만 달러에 팔린 뒤였다. 아트바젤 측은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고 새 바나나로 작품을 교체했다. 구매자가 산 것은 바나나가 아니라 작품에 딸려 오는 정품 인증서(영수증)였기 때문이다. 정품 인증서는 언제든 바나나를 벽에 붙일 수 있다는 작품의 가치를 부여받은 증서로 보면 된다.

리움미술관도 바나나를 먹은 학생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며, 새로운 바나나를 다시 붙여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학생은 정말 배가 고파 바나나를 먹었을까. 아닐 가능성이 무척 높다. 학생의 전공은 미학으로 알려졌다. 미학의 주요 연구 분야 중 하나가 예술철학이다. 이 예술철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식지 않는 논쟁 주제가 ‘예술 작품이란 무엇인가’이다. 1917년 다다이스트인 마르셀 뒤샹이 평범한 소변기에 ‘샘(fountain)’이라는 작품명을 부여하고 전시회에 제출하면서 촉발됐다. 미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샘’과 ‘코미디언’이 과연 예술작품인가 하는 논쟁을 공부했을 것이고, 따라서 2019년 행위예술가가 한 것처럼 일종의 퍼포먼스를 벌였을 것이다. 아마도 예술 작품 논쟁을 알리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정말 바나나는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을까.

김희국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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