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편리함의 끝에 무엇이 주어질까?
그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죽은 거북이, 플라스틱 끈이 살에 파고든 물개, 플라스틱 파편으로 가득한 어린 앨버트로스 사체의 사진을 과학 다큐멘터리 혹은 책을 읽다 한 번쯤 본 적 있을 것이다. 해양 생물 중 90%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우리가 사용하고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해양 생물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해양 생태계의 파괴는 1차적 피해일 뿐 인간을 비롯해 다음 세대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는 찰스 무어에 의해 발견된 거대 쓰레기 섬으로 바람과 해류의 영향으로 북미와 중남미, 그리고 아시아 곳곳에서 배출된 쓰레기가 북태평양의 환류 지대에 모여 생긴 것이다. 네덜란드 비영리 환경단체 오션 클린업은 이곳에서 총 145t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했다. 쓰레기 지대 폐기물의 발원지 통계를 살펴보면 일본과 중국이 각각 34%와 32%로 1, 2위, 대한민국이 약 10%로 3위이다.
플라스틱의 등장이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고 가져올 것인지 살펴보자. 플라스틱의 역사는 당구공에서 시작한다. 원래 당구공을 만드는 데 쓰이는 재료는 코끼리의 상아였다. 하지만 당구공의 수요가 늘어나며 코끼리 밀렵이 증가하자 새로운 재료를 찾게 되었고 셀룰로이드라는 플라스틱이 처음 등장한다. 하지만 셀룰로이드 플라스틱은 천연 고분자 물질이 들어 있어 최초의 인공소재 플라스틱이라고 하지 않는다. 이후 플라스틱의 아버지라 불리는 레어 베이클랜드는 1907년 최초의 합성 플라스틱을 만들었다. 탄화수소 화합물인 플라스틱은 유기물인 화석자원을 원료로 한다. 석유를 분별증류방식으로 가열하면 등유와 휘발유로 나뉘고, 이때 유출되는 나프타를 열분해하면 2개의 탄소 원자와 4개의 수소 원자 에틸렌이 탄생한다. 에틸렌이 어떻게 결합 구조를 만드느냐에 따라 성질이 다른 플라스틱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플라스틱이 탄화수소로 구성돼 있다면 가소성이 좋지 않겠냐는 의문을 가져 본다. 하지만 에틸렌의 사슬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플라스틱의 성질은 불에 타는 정도도 다르다. 마트에 가면 주는 비닐봉지는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진다. 폴리에틸렌은 단순한 분자 사슬을 가져 열 변형이 쉽고 가소성이 좋다. 하지만 투명 파우치 등에 많이 사용되는 폴리염화비닐은 가소성이 좋지 않다. 또한 염소 성분이 들어 있어 연소 과정에서 다이옥신이나 퓨란과 같은 발암물질이 나올 수 있으며 환경 호르몬을 분출한다. 이는 우리가 플라스틱 재활용을 꼼꼼하게 해야 하는 이유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중에 플라스틱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연간 세계 석유 생산량의 4~6%는 플라스틱 제조에 사용되며 다른 4%는 정제 과정에서 태워진다. 플라스틱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수십억t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이를 소각하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것이다. 태우기 어려운 플라스틱은 매립하거나 자연에 방치한다. 매립한 플라스틱과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도 온실가스에 영향을 미친다. 땅속에서 화학물질을 배출하는 플라스틱은 미생물의 성장을 방해해 화학비료의 사용을 늘리며 흙을 산성화 시킨다. 바닷속 플라스틱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노플라스틱으로 변하며 플랑크톤의 먹이와 유사한 생김새를 띤다. 이로 인해 플랑크톤은 바다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산소를 만들어 대기로 돌려보내는 원래 역할을 하지 못하며 탄소순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촉진하는 요인들은 생각하는 것 보다 생활 곳곳에 있다. 우리는 여러 분야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야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플라스틱이 등장한 지는 약 15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플라스틱의 분해 시간은 최소 500년이다. 오늘 우리가 사용한 수많은 플라스틱이 언제 지구상에서 사라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음 세대가 조금 더 오염되지 않은 세상에 살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매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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