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클레오파트라의 코

윤성호 파라디아성형외과 원장 2023. 5. 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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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호 파라디아성형외과 원장

최근 한 OTT에서 클레오파트라에 관한 역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주인공을 흑인 배우로 캐스팅해 역사왜곡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비판적 시선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아름다움을 논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클레오파트라를 어떻게 묘사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특히 코 부분은 더욱 그러하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어도 세계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는 말로 전설적인 미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 실제 그의 코는 정말 높았을까?

그림= 서상균 기자


로마 공화정 말기 두 영웅,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를 현혹한 치명적인 팜프 파탈로, 연극이나 영화 등의 단골소재인 클레오파트라의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클레오파트라 역할은 비비안리,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같은 당대 최고의 배우가 맡을 정도로 천하의 미인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클레오파트라의 코’라고 하면 대부분 바비 인형의 코같이 오똑하고 높은 코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사료를 기반으로 한 고증에 의하면 클레오파트라는 150㎝ 정도의 작은 키에 통통한 몸매, 좁은 이마, 얇은 입술로, 미인형과는 거리가 있는 평범한 모습이었다. 특히 그 유명한 클레오파트라의 코는 콧대가 크고 끝이 갈고리처럼 휘어있는 매부리코였다고 한다.

매부리코는 콧등이 튀어 올라와 있고 코끝이 아래로 처져 옆에서 보면 매 부리처럼 콧등이 휘어진 형태로 요즘에는 외모 콤플렉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성형수술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매부리코가 추남 추녀의 상징처럼 인식된 데에는 클레오파트라보다 훨씬 후대의 화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영향이 큰데, 중세 이전까지만 해도 매부리코는 추남추녀의 조건이 아니었고 오히려 현명하고 지혜로움을 상징했다고 한다. 하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시체 30여 구의 얼굴을 분석해 그로테스크(괴상한)라는 개념으로 매부리코, 돌출된 턱, 주걱턱, 빠진 치아, 쭈글쭈글한 뺨, 처진 입꼬리, 처진 눈꺼풀을 가진 노파를 그린 이후 매부리코는 문학작품에서 추한 인물이나 악한 인물을 묘사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학적 상징으로 현재까지 이어진다. 클레오파트라 시대에 당시 패권을 잡았던 로마에선 높은 매부리코가 남을 지배하는 성격을 드러낸다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하니, 높은 매부리코가 여왕의 미모에서 마이너스 요소는 되지 않았던 시대였던 것 같다.

현대인의 관점에서 클레오파트라의 코는 아름다움, 미인의 조건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를 역사상 최고의 특별한 미녀로 인식하는 것은 단순히 코의 형태나 위치 등 외형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를 정복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순수 혈통 여성 파라오로, 정복자의 언어인 그리스어만을 고집했던 역대 파라오와는 달리 이집트어에 능통했음은 물론, 라틴어 아랍어 등 7개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했으며 재치 있고 화려한 언변의 소유자였다. 또한 그의 미용비법이 책으로 전해질 만큼 다양한 미용기술을 활용해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는 자기관리 끝판왕이었다. 그는 외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격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당당히 이집트의 왕으로서의 역할을 했던 탁월한 정치가이자, 지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매력적인 여성이었기 때문에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성형수술을 문의하는 사람이 증가하는데 특히 코 성형에 대한 문의가 많다. 상담하다 보면 예쁜 연예인 사진을 가져와 똑같이 수술해달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기 얼굴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특정 코 모양과 높이로 수술한다면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얼굴이 될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코’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이상적인 코는 기능에 문제가 없고 얼굴의 다른 구조물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스러운 코일 것이다. 또한 인간의 아름다움은 겉모습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아름다움과 자신감 역시 중요하다. 조금만 낮았더라면 역사를 바꿀 법했던 클레오파트라의 코 역시 완벽한 아름다움은 아니다. 그러므로 무조건 외모를 바꾸려고만 들지 말고 자기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고 신중하게 성형을 선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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