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민주주의역사기념관 건립을 위한 제언
지난 3월 31일 부산광역시가 연구용역까지 발주해서 마련했던 ‘(가칭)부산민주주의역사기념관 건립 토론회’가 열리고 나서 지난 4월 26일 별다른 이유 없이 ‘(가칭)YS기념관 건립 대시민토론회’란 이름으로 변경된 채 2차 토론회가 개최했다. 1차 토론회에 참여했던 필자는 개인 사정으로 2차 토론회를 직접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들리는 바로는 토론자들의 논점은 1차 때와 별반 다름이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양차 토론회에서 YS기념관 건립에 대한 반대 의견을 포함해 부마민주항쟁기념관의 건립 필요성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으나, 이러한 의견들이 어떤 방식으로 수렴되었는지에 대한 시 당국의 명확한 설명은 아직 듣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 당국이 이 상태로 공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 하니 두 차례의 토론회는 그저 형식적 절차였을 뿐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두 차례 명칭을 바꿔가며 토론회가 개최된 사실에 비추어보더라도 시민사회의 콘센서스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 당국이 서둘러 ‘기념관 건립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시 당국이 제시한 토론 자료상의 여론조사대로라면 ‘YS기념관 건립’보다는 ‘역사기념관 건립’을 선호하는 시민의 여론이 높고 또 사업 추진 명분에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1차 토론회 때 시 당국이 제시한 역사기념관 건립 방안 역시 내용상 부실한 측면이 있어서 더 많은 연구와 여론 수렴을 통해서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부산시가 ‘YS기념관’을 무리하게 졸속으로 추진한다면 여론의 역풍은 물론 시민사회 내부에 예기치 못한 갈등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금이라도 원래 제안된 부산민주주의역사를 기념하는 본래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성급한 ‘YS기념관’ 건립 추진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에 대한 보완책과 대안을 철저히 준비한 다음 장기적인 기획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는 결단을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제에 ‘YS기념관’ 건립 추진에 앞서 고려해야 할 점 몇 가지를 정리해 지면을 통해서나마 시 당국에 전하고 싶다.
첫째, 민주화 운동사적 맥락에서 공공단체인 부산시가 어떤 한 인물만을 특정해 기념해야 한다면 인물 선정에 있어서 보편적 기준이 무엇인지 심사숙고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기념의 주체가 그 인물의 유족이 아닌 공공기관인 시 당국이라고 한다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더욱더 요구되기 때문이다. 둘째, 부산이 낳은 대통령이라는 점이 기념관 건립의 명분이라면 부산 출신의 다른 대통령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굳이 부산시가 대통령 기념관을 세우겠다면 김영삼 노무현 문재인 세 분의 대통령 모두를 염두에 두고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기획하에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해 보인다. 셋째, 또 YS가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한 공적을 기리기 위해서 기념관 건립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향후 들어설 다른 대통령 기념관의 건립 공간 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만일 대통령 기념관이 추가적으로 계속 들어선다면 중복 투자로 인해 시의 재정적 부담이 적잖게 늘어나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각 대통령 기념관을 별도로 건립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계획하에 하나의 ‘대통령 기념관’을 조성하여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념관 건립은 건물만 세워진다고 해서 마무리되는 사업이 아니다. 훌륭한 콘텐츠를 확보해 기념시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의 확보가 선행돼야 하고 이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법적 장치도 마련돼야 하므로 사실상 건립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아니할 경우 기념관 건립은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해 과시적 예산 낭비로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이러한 기념관 건립 사업은 건립 이후의 기념관 운영 계획까지 염두에 둔 종합적 프로젝트로 계획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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