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원 외교’ 내팽개치고 ‘빈손 외교’라는 野
野, 방미 동행 거절해놓고 비난만
1일 새로 출범한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우리 경제가 앞으로 1년간 가장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방미 기간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서 정부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방미가 ‘빈손 외교’를 넘어 ‘대국민 사기 외교’로 막을 내렸다”고 비판해온 연장 선상의 발언이었다. 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가성비 낮은 저자세 외교였다”라며 “민주당이 독자로 방미단을 보낼 것을 당 지도부에 건의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번 국빈 방문에 민주당 의원은 단 한 명도 동행하지 않았다. 여야가 함께 미국을 방문하자는 대통령실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법은 의회에서 만든다. IRA는 지난해 법안 공개 이후 약 보름 만에 의회 주도로 속전속결로 미 상·하원을 통과했다. 당시 우리 국회에서는 “미국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는 말도 나왔다. 워낙 의회 내에서 비밀리에 논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번 방미는 여야 의원들이 반도체법과 IRA를 만든 미국 의원들과 마주 앉아 이들의 속내를 파악하고 설득할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내 지지층 눈치를 보느라 이런 역할을 스스로 포기했다. 이런 민주당이 반도체법 운운하며 ‘경제는 민주당’이라 주장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유일하게 방미하기로 했던 민주당 변재일 의원(국회 한미의회외교포럼 공동회장)도 ‘당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에서 민주당에 (방미를) 공식적으로 요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 필참해달라는 원내지도부 방침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본회의에서 민주당은 50억 클럽과 김건희 여사 ‘쌍특검법’을 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했다. 그것이 민주당 입장에서는 ‘가성비가 높은 정치’였을 것이다. 대통령 방미 동행은 지지층에 욕먹기 딱 좋은 사안이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강조하는 것처럼 정말 ‘경제가 위기’라면 170석 제1야당의 의무는 정부와 함께 미국을 찾아 국익을 확보하기 위해 분투하는 것 아니었을까. 정치적으로 당장은 손해처럼 보이더라도 더 큰 국익을 위해 행동할 때 국민은 감동한다. 미국 여야는 재정 절벽 극한 대립 속에서도 동맹국 정상이 방문하자 초당적 환대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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