光州 김병구씨의 1948년 ‘생물 교과서’
고교 때 스승이 수집해 보여줘
“사범대에서 생물학 전공하고
생태교육 실천하게 한 이정표”
전남 고흥 백양중학교 교장을 지낸 광주광역시 독자 김병구(86)씨가 공주사범대학(현 공주대)에 진학하면서 전공으로 생물학을 선택한 것은 이리남성고교 1학년(1953년) 담임이었던 강수원(전 서울대 농대 교수) 선생님의 영향이었다. 김씨는 “선생님께서는 방학이 끝나면 식물·곤충 채집 숙제로 전시회를 열었고, 지난날의 생물 교과서를 수집해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저자와 내용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고 했다.
그 교과서 중에 ‘중등동물(中等動物)’이 있었다. ‘나비 박사’로 유명한 생물학자 석주명이 집필한 생물 교과서다. 김씨는 “요즘으로 치면 중학생용이어서 내용은 기초 지식 위주였다”고 기억한다. 나비를 비롯한 곤충·동물들의 그림과 간략한 설명, 메뚜기나 개구리를 소재로 한 관찰·해부 실습 등을 담았다. 표지에 문교부 교수요목 준거(文敎部 敎授要目 準據)라는 문구가 있다. 해방 직후부터 제1차 교육과정 제정 전까지, 교과서가 담아야 할 내용을 정리한 교수요목을 정하고 임시로 교과서를 펴내던 시기에 나온 책이다.
김병구씨는 대학 시절 고서점에서 1948년판 ‘중등동물’을 구할 수 있었다. 이후 나비와 관련된 책·우표·엽서는 물론 곤충학자 조복성의 논문, 남나비를 묘사한 옛 그림까지 수집해 교직에 들어선 뒤 수업에 활용했다. 1980년대엔 학생들과 직접 나비를 잡아 표본을 만들었다. 수업이 호평을 받아 150여 회 표창을 받았다고 한다. 학창 시절 곤충을 채집하고 옛 교과서를 만난 경험이 40여 년 교직 생활의 길잡이가 된 셈이다. 김씨는 “‘중등동물’ 교과서는 모교인 공주대에 기증했다”고 했다.
김병구씨의 경험을 통해 우리 과학 교육의 변화를 돌아볼 수 있다. 곤충 채집은 여름방학 단골 숙제였고 잠자리채를 든 어린이는 신나는 방학을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였다. 그러나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이 싹트면서 곤충 채집 숙제는 점차 사라졌다.
1990년대 들어 일부 학교를 중심으로 방학 숙제에서 곤충 채집을 제외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1994년 7월 환경처와 한국교총이 마련한 ‘환경방학 지침’은 여름방학 숙제에서 곤충·식물 채집을 제외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나 일회용품 안 쓰기 등을 넣었다. 자연을 보호하고 생물을 보존하는 조치인 동시에, 도시화로 채집의 대상이 사라져 버린 현실을 반영한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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