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진보의 균형
나는 변리사다. 공대를 나왔고 시험을 거쳐 변리사가 됐다. 현장의 발명가들을 만나고 산업현장의 최전방을 뛰어다니는 사람이다. 그들이 만든 모든 게 혁신은 아니지만 개중에는 챗GPT 같은 인공지능, 반도체, 자율주행차 기술 같은 혁신이 되는 경우가 있다. 성공을 꿈꾸는 발명가들과 함께하는 나의 삶은 매우 신나며 그들이 기업을 만들고, 투자를 받고,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과정에서 변리사는 희열을 느낀다. 특허를 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건은 ‘진보성’이며 이는 특허제도를 보유하고 있는 200여개국의 공통 심사 요소다. 변리사는 기업과 자본, 그리고 자유로운 창의와 함께하기 때문에 ‘보수적’이기도 하지만 아이디어로 경제적 난국을 타개하는 드라마틱한 부의 분배 과정에 있으며 언제나 기술의 발전과 함께하기 때문에 ‘진보적’이기도 하다. 변리사들의 수준이 국가의 경제수준의 지표다.
하지만 40대에 진입한 내 가슴속에는 무엇인가가 빠져 있음을 느꼈고 철학, 언론, 정치, 마케팅, 종교, 영업, 사회운동 등 ‘공돌이’인 내가 알지 못하던 영역의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배우면서 ‘내가 아는 기술, 경제, 특허의 세계는 세상의 6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편 정치에 전념하는 친구들을 관찰해 보니 그들은 언제나 ‘진보’에 대한 열띤 논쟁에 휩싸여 있었다. 카카오 등 플랫폼은 노동자들의 피를 빨아 부를 독식하고, 삼성전자는 근로자들을 오염에 노출시킨다고 말한다. 네이버 때문에 언론이 망가졌다고 하며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들이 부의 분배에는 뒷전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공대생 출신의 내 생각은 약간 다르다.
이제 우리는 건국세대(시스템), 산업화세대(보수적), 민주화세대(진보적)를 거쳐 새로운 세대임을 자각해야 한다. 선진세대여야 한다. 나는 그간 우리 선배들이 이룩한 ‘사회적 진보’를 존경하지만 기존의 ‘진보’는 진정한 진보로 가는 여정의 절반쯤이라고 생각한다.
‘진보’를 자칭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분들이 ‘기술적 진보’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그분들은 기사를 보고 챗GPT가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열변을 토하지만 실제로 챗GPT를 써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마치 ‘증기기관’이 모든 일자리를 말살할 것이라는 19세기 말의 ‘러다이트 운동’을 21세기에 보는 느낌이다.
‘사회적 진보’에 기여한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다. 이제 진보의 균형과 선진을 위해 ‘기술적 진보’를 생각해야 할 시기라고 말이다. 기술에 의해 사회가 바뀌고 있다. 이는 비단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역사를 통해 미래를 보자. ‘사회적 진보’로 내디딘 발자국 다음에 ‘기술적 진보’의 다음 발을 내디뎌 보자. 미래를 향해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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