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77] 로댕의 울고 있는 여인
젊은 여인이 바닥에 웅크리고 있다. 얼굴을 팔에 묻어 표정을 볼 수 없지만 울고 있는 게 틀림없다. 풍성한 그녀의 머리카락이 쏟아지는 눈물처럼, 넘실대는 강물처럼 바닥에 흐른다. 이는 ‘생각하는 남자’, ‘키스’와 함께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1840~1917)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다나이데스’다.
다나이데스는 그리스 신화 속 다나오스 왕의 딸들을 일컫는다. 다나오스는 형제에게 왕위를 빼앗길까 두려워하다 형제의 아들 오십 명과 자신의 딸 오십 명을 결혼시키면서 첫날밤에 남편들을 죽이라 명했다. 큰딸 하나를 빼고는 모두 아비의 명을 따랐고, 결국 49명의 다나이데스는 지옥에 떨어져 밑 빠진 항아리에 물을 채워야 하는 형벌을 받았다.
로댕의 다나이데스는 대리석을 깎아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매끄럽고 얇은 살갗과 그 아래 흐느끼는 근육이 만져질 듯 사실적이다. 그러나 여인의 몸은 거칠고 투박한 돌덩어리에서 온전히 떼어지지 않은 채 마치 땅에 박혀 가라앉는 것 같다. 절대 일어설 수 없도록 연약한 그녀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건 바로 형벌과 고통의 무게다.
로댕은 부활한 미켈란젤로라고 불리기도 했다. 실제로 로댕은 미켈란젤로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미켈란젤로가 대리석을 깎아 조각했던 반면, 로댕은 주로 점토를 손으로 주물러 형상을 빚어내는 소조에 능했다. 대리석을 깎는 건 대부분 다른 전문가에게 맡겼다. 이 작품도 로댕의 점토상을 바탕으로 장 에스쿨라라는 조각가가 깎아 만들었다. 덕분에 같은 조각이 세계 곳곳에 있다. 어쨌든 다나이데스는 49명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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