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칼럼] 외교라는 고급 마케팅 기술에 대한 조언
“국가의 이익을 위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외교의 사전적 의미다. 즉, 외교란 국가의 이익을 바탕에 깔고 주권국가 간의 평화적인 방법으로 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일종의 고급 마케팅 기술인 것이다.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본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는 버리고 일부는 취하면서도 가장 이익이 됨 직한 사안에 심혈을 기울이는 게 기본이다. 그렇기에 외교는 양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마주해야 하며 미리 예단해 많은 것을 내어 줄 필요는 없으나 많은 것을 얻어 왔을 때 외교적으로 성공했다고 통상적으로 얘기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를 자처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는 어떠한가? 무엇을 주고 무엇을 얻어 왔을까?
우선 일본과의 외교 성과를 한번 보자. 애석하게도 방일 정상회담을 통해 기억나는 단어는 ‘제3자 변제’, ‘후쿠시마 농산물 수입’ 등 우리가 준 선물 보따리에 반해 물잔의 반을 채우면 일본이 나머지 반을 채우리라던 당찬 외교적 포부와는 전혀 다르게 강제징용, 독도의 교과서 기술 등 국가적 자존심은 사라지고 굴욕적 외교에 대한 청구서만 잔뜩 받고 돌아왔다. 이를 증명하듯 광복 이후 70년 만에 처음으로 대학교수를 중심으로 일본과의 외교에 대해 시국선언이 릴레이로 이뤄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두 곳의 대학도 아니고 시대의 거울이라 할 수 있는 대학교수들이 학교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이러한 시국선언을 릴레이로 진행한 경우가 또 있을까? 그렇다면 이를 계기로 한 번쯤은 외교정책을 되짚어봐야 했다.
하지만 수많은 교수의 부르짖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그러지 않았다. 이번 방미의 성과는 무엇인가? 대통령실과 여당은 역대급 성과라며 벌써 온 거리에 현수막으로 방미 성과를 자찬하고 있다. 하지만 방미 전부터 대통령실 도청 문제로 인해 동맹임을 의심케 하는 일들이 벌어졌으며 방미 전에 가졌던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 국민은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이전부터 ‘바이든, 날리면’의 듣기평가에 이어 “주어가 생략됐다”는 독해평가까지 해야 했다. 이로 인해 현재 경제적, 안보적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한 중요한 방문임에도 미국과의 회담으로 인한 줄다리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됐고 힘이 빠져버려 외교적 성과는 시작부터 엉망진창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방문의 실제적 효과는 있었을까?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를 자처했던 대통령인 만큼 안보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경제 쪽에서 무언가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었어야 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지원법 등 굵직한 문제가 많이 있었음에도 너무 안보 문제에 치중하느라 정작 중요한 경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7조원대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으나 오히려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 지난 2년간 13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누가 봐도 손해가 막심한 거래다. 오죽하면 대통령의 의회 연설에서 미국 내 한국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얘기할 때 모든 의원이 기립 박수를 쳤겠는가? 이것만 봐도 누가 이익을 본 거래인지를 알 수 있다.
더욱이 역대급 성과라고 자찬하고 있는 안보에서도 미국이 요구하는 진영론적 국제관계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여 ‘적 아니면 아군’이라는 인식을 전 세계에 알림으로써 북·중·러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며 특히 북한의 무력시위와 핵 개발이 오히려 거세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사실상 핵 공유’라고 그럴싸하게 포장했지만 미국은 아니라고 바로 반박하는 것만 봐도 미국은 겉은 손을 맞잡은 동맹이라고 말은 하지만 실상은 대한민국이 미국의 대리전으로 직접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게 한다는 화려한 포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외교는 ‘적 아니면 아군’이라는 가치보다는 실리다. 당연히 미국과의 동맹이 중요하긴 하지만 이는 미국과의 평등한 입장에서만 가능한 것이며 외교는 상황을 좋게 만드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상황 악화를 방지하는 것도 중요함을 명심하라. 제발 미국에만 편중돼 있는 ‘서방외교’가 아닌 전 세계 누구와도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사방외교’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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