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의 생로병사] 늙을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노화 세포 제거하자 젊은 암세포 고삐 풀려… 치료 효과 논란
단순 수명 연장보다 건강 장수가 중요… 신체 기능 유지하는 노화를
일본은 지난해 100세를 넘는 인구가 9만명을 돌파했다. 우리나라보다 열 배가량 많다. 52년 연속으로 증가해, 30년간 22배 늘었다. 해마다 4000여 명이 새로 진입, 내년에 백세인 10만명 시대가 될 전망이다. 우리도 평균수명이 올라가면서 일본을 맹추격하고 있다.
장수학계에서는 85세를 넘기는 사람을 초고령자, 100세는 백수자(百寿者), 105세는 초백수자라고 부른다. 110세는 수퍼센터네어리언(supercentenarian·초장수인)이라고 하는데, 일본에 140여 명이 있다. 현재 100세를 살 확률은 1600명에 1명, 초백수자는 2만명에 1명이다. 수퍼 백세(110세)는 90만명 중에 한 명이고, 백세인 500명 중 한 명이 110세까지 산다. 그 이상은 힘들다는 얘기다.
미국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대 연구진이 과학 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 수명은 이미 최대치에 도달했다. 전 세계 40여 국가의 평균수명과 사망 통계를 조사해 본 결과, 공중보건과 영양 개선, 의료 기술 발달로 평균수명은 해마다 높아졌다. 하지만 인간이 최대 몇 살까지 사느냐를 봤을 때, 어느 나라나 110세 넘게 사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평균수명은 늘어도 최대 수명은 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에 인간의 최대 수명은 115~125세로 본다.
청동기시대 평균수명이 30년도 안 됐던 인류가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하고 살아야 할 것 같은데,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의 빅테크와 거대 부호들이 수명 연장 연구에 대거 뛰어들었다. 구글(Google) 창업자들은 2조원을 투자하며, 칼리코 수명 연장 회사를 세웠다. 이들의 모토는 ‘죽음 치료(Cure death)’다. 인터넷 상거래 기업 아마존을 세운 제프 베이조스도 “죽음을 조절할 수 없다면, 인간은 자율적인 존재가 아니다”라며 수명 연장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하기야 거지도 가진 돈 다 못 쓰고 죽는다고 아쉬워한다는데, 그 어마어마한 돈을 갖고 있는데 눈이 감겨지겠나 싶다. 그럴 바에 수명 연구에 돈을 쓰는 게 손해는 아닐 터다.
수명 연장에 막대한 돈을 넣는 이들은 주로 IT로 큰돈을 번 인물이다. 진시황의 불로초, 이집트의 피라미드, 중세의 연금술이 실리콘밸리서 재현되는 느낌이다. 이들은 노화를 컴퓨터 바이러스나 버그 잡듯이 하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회춘은 리셋(reset)으로 되돌리고, 업데이트를 클릭하면 가능하다고 믿기에 세포 재활성 프로그래밍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유전자 몇 개를 넣어 노화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겠다는 의도다.
아프리카에 사는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수명이 30년으로, 같은 종의 생쥐(3년)보다 수명이 10배 길다. 게다가 이 쥐는 나이 들어도 사망 확률이 높아지지 않고, 건강한 상태로 지내다 죽음을 맞는다. 구글이 세운 칼리코는 벌거숭이두더지쥐 연구에 인간 수명 500세 프로젝트의 사활을 걸고 있다. 노화 세포 제거 약물 ‘제노제(除老劑)’ 개발도 한창이다. 세포 증식과 분열 과정에서 나오는 노화 세포를 없애서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근육을 지키고, 치매를 차단하자는 개념이다.
이러다 인류 역사를 바꿀 큰일이 벌어질 것 같지만, 아직까지 인간 개체에 적용할 만한 물건은 나오지 않고 있다. 노화를 치료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노화 세포를 제거하면 젊은 암세포가 고삐 풀려 되레 암으로 일찍 죽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노화 세포에도 좋고 나쁜 게 있는데, 둘을 구분해 제거하는 기술은 아직 없다. 젊은 세포와 늙은 세포에 같은 자외선을 쪼였더니, 의외로 젊은 세포가 죽고, 노화 세포는 살아남았다고 한다. 이에 세포 증식과 신진대사를 줄여서 외부 자극을 견디는 노화가 가장 효율적인 생존 방식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인류가 비행기로 하늘을 날 듯, 언젠가는 불로초를 손에 쥘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수명 연장과 건강 장수는 다른 차원의 얘기다. 어떻게 장수하는지가 중요하다. 백세인 80%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살아간다. 지금은 신체 활동을 끝까지 유지하는 기능 장수가 우선이다. 충분한 수면, 기름진 음식 피하기, 금연, 정기적인 운동 등은 여전히 확실한 장수법이다. 자기 수명 내에서 건강하게 자율적으로 살려면 몸을 부단히 움직여 끈질기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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