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53] “우리 아들 최고야”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3. 5.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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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출장 시 ‘Jet-lag(시차증)’, 말 그대로 제트기로 인한 시차 적응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시차증이 생기는 이유는 하루에 적응할 수 있는 시차 변화가 평균 한 시간 정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13시간 시차가 나는 미국 동부로 빠른 제트기를 타고 날아가면, 내 마음과 몸은 한국 시간을 따라 아직 밤중인데 미국은 낮이다. 그래서 피곤하고 집중력 저하가 찾아 온다. 또 밤에는 뇌가 낮이 되어 잠을 못 드니 다음 날 피로감이 더 쌓인다. 그리고 식사 시간이 변해 식욕이나 소화 기능 등에 불편을 느끼게 된다.

중요한 결정이나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먼 해외 출장이라면 1~2일이라도 먼저 도착해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출장지의 중요 일정을 한국에서 집중력이 좋을 때의 시간에 맞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전에 평소 집중력이 높은 사람인 경우 한국의 오전 9시가 해외 출장지의 오후 4시라면 해외 중요 미팅을 오후 4시쯤에 잡는 것이다. 그리고 1~2일 전부터 해외 출장지의 시간에 맞추어 수면이나 식사 시간을 조금 미루거나 당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출장지에 도착해서는 낮 시간에 가벼운 산책 등으로 햇볕을 충분히 느끼는 것도 좋다. 시차증은 정상적인 적응의 과정이지만 상당히 불편하고 노력을 해도 개선이 잘 안 될 수 있다. 그럴 땐 단기적으로 수면에 도움이 되는 약물을 복용하는 것에 대해 의사와 상의하는 것을 권해드린다.

‘어린이날’이 있는 주간이다. 시차증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문득 여행으로 인한 시차는 아니지만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시차증이 있지 않나 싶다. 10시간 시차에도 마음의 적응이 어려운데 자녀와 부모의 시차는 수십년이다.

‘난 공부도, 운동도 소질이 없는 것 같아 내가 너무 한심해’라고 하는 청소년 자녀에게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부모의 고민을 접했다. ‘공부가 다가 아니야. 그리고 그렇게 못하지 않아. 이제부터 열심히 하면 돼’라고 이야기했더니 자녀가 더 짜증을 냈다는 것이다. 다음에 자녀가 스스로를 비난할 땐 곧장 장점을 칭찬하라고 했다. 그래서 다음에 짜증을 내는 아들에게 ‘우리 아들은 미남이고 성공에 제일 중요한 사회성도 뛰어나. 우리 아들 최고야’라 답했더니 신기하게 ‘그런가’ 하며 짜증을 멈추었다고 한다.

칭찬을 빠르게 하려면 먼저 내 자녀의 장점이 무엇인지 부모가 생각해보아야 한다. 자녀를 아끼다 보니 장점보단 단점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부모이다. 따끔한 훈계도 사랑이고 당연히 때론 필요하지만, ‘자녀의 장점에 대한 칭찬’은 부모와 자녀간 시차증의 햇볕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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