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후쿠시마, 공포 대신 과학을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일본이 사고 원전 지하수를 정화한 물을 태평양에 방류할 계획을 구체화하자 탈원전을 이념으로 하는 단체나 개인은 물론, 일부 언론과 정치권도 법석이다. 과학적 근거 없는 주장이 난무한다. 오염수 방류가 우리 수산물 시장에 타격을 입히고, 결국 우리 식탁에 오르는 수산물을 방사능에 오염시켜 국민 보건을 해칠 것이란다. 과연 그럴까?
지금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는 거대한 물탱크 1000여 개가 빼곡하다. 원전 안팎에 오염된 방사능이 지하수를 통해 바다로 들어가는 것을 줄이려 지하수를 퍼낸 물을 저장하는 탱크들이다. 그중 70%는 재정화해야 할 오염수를, 30%는 알프스라는 설비로 정화한 ‘처리수’를 담고 있다. 도쿄전력이 태평양에 방류를 계획하는 것은 이 처리수다. 처리수 방사능도 대개 법정 배출 기준을 넘는데, 알프스로 정화하지 못하는 삼중수소 때문이다. 그래서 배출할 때 바닷물로 희석하여 삼중수소 농도를 배출 기준의 1/40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희석해도 결국은 모두 바다로 나가니 위험은 마찬가지라는 주장도 있지만(실제 방류에는 30년 이상 시간이 걸리므로 그동안 방사능이 절반 이하로 감소함), 사실 후쿠시마에 보관된 삼중수소 방사능 총량 자체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삼중수소는 후쿠시마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현재 후쿠시마에 저장된 삼중수소 총 방사능이 780조 베크렐(Bq) 수준인데, 자연계에서 우주방사선이 대기권에서 핵반응으로 만드는 삼중수소 방사능은 매년 6경(조의 만 배) 베크렐이다. 과거 핵실험에서 방출된 삼중수소까지 합치면 지구상에 6000경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존재한다. 그래서 후쿠시마와 관계없이 지금 내리는 빗물에는 리터당 삼중수소가 1~2베크렐 들어 있다. 강물도 비슷하고 연안 해수는 리터당 0.5~1베크렐, 대양 해수는 0.01~0.5베크렐 수준이다.
면적이 약 100만㎢인 동해에 1년에 내리는 빗물의 양은 대략 1000조 리터로 추산된다. 리터당 삼중수소를 1베크렐로 잡으면 1년에 빗물로 1000조 베크렐의 삼중수소 방사능이 동해에 떨어지는 셈이다. 이 양은 지금 후쿠시마에 저장 중인 삼중수소 총 방사능 780조 베크렐과 비슷하다. 도대체 1년에 동해에 내리는 빗물의 삼중수소 정도를 30여 년에 나눠 태평양에 방류하는 것이 수산물에 영향을 미치고 국민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 말이 되는가? 애초에 억지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방사능을 두려워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벌이는 사기에 가깝다.
삼중수소 위험이 설득력을 잃으니 스트론튬과 같은 고독성 방사성 핵종 문제도 제기한다. 처리수에 방사선위해도(가령 방사능 1 베크렐의 영향)가 삼중수소의 1000배 이상인 스트론튬이나 세슘 등이 미량 들어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처리수에 잔류하는 이들 고독성 핵종의 방사능은 삼중수소 방사능의 10만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상대 위해도 1000배를 고려해도 삼중수소 위해도의 몇십분의 1 정도다. 삼중수소가 문제없으니 이들 핵종은 더욱 문제될 일 없다.
후쿠시마 방류를 반대하는 근거가 과학적이지 않다면 방류를 막지도 못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우리가 만든 방사능 공포로 인해 우리 수산업계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자충수를 피하려면 냉정히 과학에 기반해 사실을 보도록 분위기를 전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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