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우리만 깎아내리는 이승만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있다는 겁니까?”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미 조지워싱턴대에서 열린 ‘이승만 재평가’ 좌담회에서 미 저명 외교·역사학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여러 번 물었다. 국가보훈처가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연 행사에 초대된 이들은 2시간 30분 동안 손을 들어가며 앞다퉈 발언했다. 그런데 행사를 취재하면서 당황스러웠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국내 일각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딱지 붙여 온 ‘친일 인사’ ‘미국 앞잡이’ 등의 주장을 검증해보자고 했다. 지난한 난상 토론이 진행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논쟁 거리가 되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공개된 사료만 분석해도 손쉽게 반박 가능한 것들 아니냐”는 것이었다. 미 교수들은 한국에 그런 평가가 있는 게 정말인지 믿기 힘들다고도 했다. 그들이 알고 있는 이승만과 한국에서 그려지는 이승만은 너무 달랐다.
박 처장이 “이 전 대통령이 ‘미 정부의 꼭두각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자, 그레그 브래진스키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실소를 터뜨렸다. 그는 “어떻게 그런 인식이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이승만을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부르는 건 북·중이 만든 선동 문서 외엔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친일 논란’에 대해 윌리엄 스툭 조지아대 석좌교수는 “한국은 과거를 ‘정치화’하려는 전통이 있다”고 했다. 정치와 음모론으로 ‘오염’된 한국 좌파 역사계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스툭 교수는 한국의 좌파 역사학자들이 지금도 떠받들고 있는 브루스 커밍스의 수정주의를 논파(論破)한 인물이다.
데이비드 필즈 위스콘신대 교수는 이 전 대통령이 6·25 때 도주했다는 주장에 대해 사료를 인용해가면서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강연할 때마다 이승만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정당한 근거를 갖고 그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왔다”고 했다. 유독 한국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 근거’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이날 이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집권 연장, 독재, 언론 통제 등에 대해 이견(異見)이 없었다. 그럼에도 “자유주의 개혁 옹호, 한국 독립을 위한 집념, 한미 상호 방위 조약 체결, 성공적 농지 개혁 등은 높이 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한국에서 이승만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매도되는 상황이 도를 넘었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내 일부 세력의 집요한 ‘이승만 깎아 내리기’는 수십 년간 어떤 견제도 없이 이뤄져왔다. 보수층의 무관심 속에 이런 경향은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먼 나라 미국 학계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런 ‘이상 현상’을 이젠 바로잡아야 한다. 이념·편견을 걷어내고 이승만의 공과(功過) 모두를 균형 있게 재평가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이승만 재평가 간담회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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