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칼럼] 돈봉투, 방탄, 개딸… ‘진보’ 간판 떼라
민심 받들어 정치무대 퇴진해야
이견 불허·살생부, 민주주의 훼손
민주당의 성찰과 환골탈태 시급
정치 발전의 기본 조건은 건강한 보수와 진보의 존재다. 그래야 합리적인 상호 견제와 타협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의 생각의 차이는 무엇 때문일까.
하이트의 이론처럼 한국 사회에서 노동·민주화 운동을 한 진보세력은 오랫동안 도덕적 우위를 점해 왔다. 허나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내로남불과 조국 사태로 그것이 가면속의 위선임이 드러났다. 최근 잇따른 송영길 전 대표의 돈봉투 사건과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 논란, 그리고 이 대표 지지그룹인 개딸(개혁의 딸)의 극단적 팬덤정치는 진보의 부도덕한 이미지를 더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국위선양을 한 영웅의 인천공항 귀국 장면 같았던 송 전 대표의 당당한 모습과 깨딸들의 응원, 일부 인사의 옹호는 민주당의 속병이 중증임을 보여준다. 송 전 대표가 2021년 당 대표 선거에서 돈봉투를 뿌렸다는 녹음파일이 나왔는데도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하며 탈당으로 꼬리 자르기를 한 건 너무 무책임하다. 김민석 당 정책위의장은 “송 전 대표는 물욕이 적은 사람”이라며 감쌌다. 86세대 의리의 끈끈함이 조폭 저리 가라다.
하기야 송 전 대표와 김 정책위의장은 2000년 ‘5·18 전야 광주 술판’ 사건의 현장에 있던 동지가 아닌가. 5·18 희생자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간 광주에서 단란주점 여종업원을 끼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른 30대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들의 탈선은 86세대 정치 실패의 예고편이었다.
돈봉투 매표의혹은 86세대의 도적적 파산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이 정도이면 용퇴를 하는 86세대가 나올 만한데 잠잠하다. 왜 그럴까. 그들은 이미 개딸과 손을 잡고 이 대표 방탄의 선봉에 서면서 정치생명의 연장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박홍근 전 원내대표가 대장동 사건 등에 대한 이 대표 체포 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오늘은 야당 대표 구속을 위해 정권이 사법 살인을 시도한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부결을 진두지휘한 것이 단적인 예다. 86세대가 국가발전과 정치개혁에 기여한 게 뭐가 있다고 민심을 거스르며 구차하게 정치생명을 이어가려 하는가.
“선당후사 송영길”, “송영길은 청렴하다”, 개딸들이 꽃다발을 들고 가 송 전 대표의 입국을 열렬히 환영한 것은 그를 비롯한 86세대와 이 전 대표, 개딸들이 공동운명체가 됐다는 증거다. 당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수박 7적’ 살생부를 만들어 반대파를 공격하는 개딸의 모습에서 중국 마오쩌둥 홍위병의 광기를 보게 된다. 이쯤 되면 당 주인이 누구인지 헷갈릴 정도다. 친 이낙연계 박광온 새 원내대표와의 마찰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돈봉투, 방탄, 개딸은 진보정당의 간판을 떼야 할 만큼 심각한 병리현상이다. 중도층이 눈길을 줄 리 없다. 게다가 민주당은 북한의 핵위협에도 침묵하는 국방 무관심 정당,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기득권 수호에 매진하는 정당, 나라 재정은 생각 않고 돈만 풀려는 포퓰리즘 정당으로 비친다. 김대중의 민주당 전통을 계승한다면서 정반대 행보를 한다. 국민은 민주당이 어떤 나라를 만들려 하는지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환골탈태가 시급하다. 그 시작은 86세대의 정치무대 퇴진과 개딸의 영향력 차단, 그리고 이 대표 방탄 포기 선언이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도덕성마저 상실했고 진보 이미지는 오염돼 버렸다. 진보진영 내에서 진보의 가치를 다시 세우려고 성찰하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노동운동가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의 고언을 새겨듣길 바란다.
김환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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