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약하지만 강한 은둔형 외톨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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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50 리스크'(80대 부모가 50대 자녀를 부양하는 문제)를 취재하며 만난 이효진(42·가명)씨는 방에서 15년간 은둔생활을 했다.
효진씨는 이따금씩 은둔생활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했지만 사람에게 상처 받고 다시 방에 숨었다며 "은둔하는 사람들은 상처에 취약한 사람 같다"고 말했다.
효진씨처럼 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은둔형 외톨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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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50 리스크’(80대 부모가 50대 자녀를 부양하는 문제)를 취재하며 만난 이효진(42·가명)씨는 방에서 15년간 은둔생활을 했다. 긴 시간이라고 탄식하긴 이르다. 우리 복지망이 그를 발견하지 못한 건 34년에 달한다.
효진씨는 이따금씩 은둔생활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했지만 사람에게 상처 받고 다시 방에 숨었다며 “은둔하는 사람들은 상처에 취약한 사람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상처에 취약한 사람’이라고 표현했지만 기자에게 효진씨는 ‘많은 상처를 견뎌온 사람’처럼 느껴졌다. 은둔형 외톨이를 나약한 사람으로 보는 납작한 시선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폭력적인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스스로를 지킨 그를 나약하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비난의 화살은 그런 환경에 놓인 이들을 발견하지 못한 쪽으로 향해야 하는 것 아닐까.
다른 은둔형 외톨이도 마찬가지일 테다. 은둔형 외톨이 대상 설문조사에서 은둔 계기를 묻는 항목에 ‘대인관계 어려움’이나 ‘정신적 어려움’이 매번 높은 순위를 기록한다. 어려운 대인관계를 경험했고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경험한 이들이라는 의미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결국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외부에 도움을 구하지 않고 홀로 방에 숨어들고 있다는 데 있다.
다행히 그간 사회가 조금 변했다. 효진씨처럼 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은둔형 외톨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생겼다. 효진씨는 인터넷을 통해 자신처럼 은둔생활하는 사람들이 더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은둔형 외톨이를 지원하는 단체도 알게 됐다.
하지만 제한이 있었다. 효진씨가 방안에서 보낸 15년 동안 그에겐 ‘나이’라는 장벽이 생겼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은둔 청년’ 위주로만 논의되면서 서울시를 포함한 각 지자체들이 대부분 19∼39세 은둔 청년만 지원하고 있다. 40대 이상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다. 효진씨는 번번이 나이를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는 않았다. 효진씨는 “내 사각지대는 내가 발굴해야겠다”는 목표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고, 지난해 합격했다.
“남들이 비난해도 한번만 더 도전해 봐요.” 효진씨는 다른 은둔형 외톨이들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이들이 ‘한번 더’ 은둔 탈출을 도전할 때 우리는 과연 얼마나 떳떳하게 그들을 ‘지원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조희연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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