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반려식물
2023. 5. 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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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게 두지 않을 것이다" 하는 구절을 읽자니,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게 된다.
지금 내 곁에 숨 쉬는 "육체", 그를 보살피며 살아간다는 것.
"함께" 살아가려 최선을 다한다는 것.
누군가를 기르고 돌보는 사람의 마음이란 으레 이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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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온윤
아침이 되면
나와 가장 가까운 육체부터 찾는다
누워 있던 자리에서 더듬더듬 손을 뻗어보면 축축한 목덜미가 만져진다
간밤의 꿈을 이불 위에 쏟아버린 나의 가여운 반쪽
떨지 마 네겐 빛이 조금 모자랄 뿐이야
몸을 일으켜 세워 기지개를 시킨다
찬물을 한모금 먹이고 잘 마른 새 옷을 입힌다
창을 열어 오늘의 날씨를 가르쳐준다 이 모든 게 지겹도록 반복되지만
(중략)
나는 나를 모르는 내가 시들게 두지 않을 것이다
밤이 되면 밤에게는 그림자를 돌려주고
육체에게는 오늘도
내가 사라지지 않고 늘 함께 있음을 이야기해줄 것이다
나는 나를 모르는 내가 시들게 두지 않을 것이다
밤이 되면 밤에게는 그림자를 돌려주고
육체에게는 오늘도
내가 사라지지 않고 늘 함께 있음을 이야기해줄 것이다
“시들게 두지 않을 것이다” 하는 구절을 읽자니,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게 된다. 지금 내 곁에 숨 쉬는 “육체”, 그를 보살피며 살아간다는 것. “함께” 살아가려 최선을 다한다는 것. 나의 반쪽, 나의 일부, 또 하나의 ‘나’를 위해. 누군가를 기르고 돌보는 사람의 마음이란 으레 이런 것일까. 이처럼 고결한 것일까. 문득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없겠다. 언제부턴가 나는 동물도, 식물도 기르지 않고 살아왔는데. 살아 있는 것을 일절 집에 들이지 않고. 반쪽을 잊고 산 지 오래. 그래서일까. 이따금 “꿈을 이불 위에 쏟아버린” 날이면 유독 시들거리게 된다. “떨지 마”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는다. 나 자신조차도.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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