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저학년에 좋은 정서 한아름 ‘만복이네 떡집’ 보러 오세요
초3 교과서 수록 동화 원작 5월21일까지 공연
“저학년 인성 중요…시간대 오후 3시 모험”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의 인성·사회성 교육이 화두다. 오랜 비대면 수업으로 또래와 소통할 기회가 줄면서 정서적·사회적 관계망이 손상된 탓이다. 유튜브 등 정보기기 의존도가 높아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아동에서 학생이 되는 시기로, 요즘은 올바른 인격체가 형성되는데 가장 중요한 때로 더욱 주목받는다.
공연계도 초등학교 저학년에 관심을 쏟고 있다. 문제는 연령대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 어린이 공연은 속칭 ‘돈이 되는’ 시장이지만 학년별 맞춤형 공연이 적다는 점이 늘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대부분 유명 만화나 프로그램을 무대로 옮기거나,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등 대중성을 고려하는 탓에 미취학 아동 중심으로 전 연령대 관람 대상이었다. 대학로 소극장이나, 지역의 극단, 어린이 관련 축제에서 연령대별 공연을 선보이는 시도를 해왔지만, 대중화되지는 않았다. 2015년 인천의 한 축제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우리는 친구다>와 고학년을 위한 <무적의 삼총사>로 구분해 선보인 적이 있고, 지난 22일 안성에서는 저학년 아이들이 직접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이머시브 공연 <사슴 코딱코의 재판>을 무대에 올리는 등 과거보다 늘었지만, 여전히 학년별 특화 시장이 자리잡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21일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시작한 가족 뮤지컬 <만복이네 떡집>의 결과에 주목한다. <만복이네 떡집>은 2010년 첫 출간 이후 현재 7권까지 나온 저학년 대상 동화책이 원작이다. 2018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수록됐다. 뮤지컬 공식 관람 가능 연령은 36개월 이상이지만, 콘텐츠는 초등학교 저학년에 맞춰 제작했다. 제작사 아츠온 심재훈 대표이사는 “어린이 공연은 많지만, 대부분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생까지 전 연령대를 아우른다. 초등학생만을 위한 공연이 많지 않다. 특히 성장하는 데 중요한 때인 저학년한테 좋은 정서를 심어줄 수 있는 공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저학년 대상의 동화를 뮤지컬로 만든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만복이네 떡집>은 처음부터 요즘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인성, 사회성 등이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만들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원작을 쓴 김리리 동화작가는 “처음 동화를 쓸 때도 요즘 저학년 아이들의 간절함을 조사해서 주제를 찾았다. 실제로 아이들은 만복처럼 친구들과 사귀는 법을 잘 몰라 마음과 다르게 나쁜 말과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아이들에게 책을 통해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뮤지컬은 책 1~3권을 묶었다. 만복이 ‘꿀떡’을 먹은 뒤부터 바르고 예쁜 말을 하고, ‘쑥떡’을 먹고는 도움이 필요한 친구한테 먼저 다가가는 변화를 보면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게 한다.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공연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만복이네 떡집>은 교과서 속 인물들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고 극 중 주요한 장소인 떡집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 다음에는 또 어떤 떡을 먹고 주인공이 바뀔까 하는 호기심도 아이들한테 도움이 된다. 김리리 작가가 원작에 우리나라 전통 떡을 소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원작에는 약 30가지 떡이 등장하는데 뮤지컬에는 일고여덟 가지가 나온다. 김리리 작가는 “‘달콤한 말이 술술 나오는 꿀떡’, ‘다른 사람 생각이 쑥덕쑥덕 들리는 쑥떡’처럼 떡 설명도 아이들이 한번 더 떠올릴 수 있게 고심하며 지었다”고 한다.
<만복이네 떡집>은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해 오전 11시가 기본인 어린이 공연 시간대에 변화를 줬다. 저학년이 학교 끝나고 볼 수 있도록 평일 오후 3시를 핵심 시간대로 삼았다. 심재훈 대표이사는 “모험”이라고 했다. 공연 시작하고 열흘밖에 지나지 않아 목표 달성 여부가 수치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분위기는 고무적이다. 공연 1주일 뒤인 지난 29일 제작사 쪽은 “현장에서 체감한 결과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많이 왔다. 주말 공연과 달리 아직은 오후 3시라는 평일 공연 시간이 익숙하지 않기에 매진되지는 않지만, 반응은 좋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김리리 작가는 “교과서에 실린 동화를 보고 아이들도 변화하는 걸 느꼈다”며 “뮤지컬도 충분히 저학년 아이들의 인성과 사회성 교육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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