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의사람연구] 아동·청소년 보호의 위기

2023. 5. 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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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 사이 마약·성범죄 심각
어른들의 문제 외면·은폐가 일조
AI 활용 디지털성범죄 방지 등
아동보호정책 법·제도 정비해야

지난달 24일 수원서부경찰서에 112 신고 하나가 접수됐다. 수원역 인근 번화가에서 여중생 두 명이 비틀거리며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여 마치 마약에 취한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 일본 감기약을 과다 복용해 상태가 좋지 않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두 여학생이 먹었다는 감기약에는 마약 성분인 덱스트로메토르판이 들어 있었다. 고용량 복용 시 환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국내에서는 마약류관리법에 의해 규제되는 것으로, 이 성분이 든 약은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살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온라인에서 쉽게 약을 구매해 각자 스무알씩 복용했다. 경찰은 이들의 소변과 모발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감정 결과에 따라 입건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지난달 21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여중생과 남학생 2명이 입건됐는데 이들도 역시 마약, 그중에서도 필로폰을 사용하였던 것이 확인되었다. 이들은 두 주 전 용돈을 모아 텔레그램을 통해 소위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0.05g을 구매해 함께 투약했다. 딸이 건강 이상 증세를 보이자 ‘마약을 한 것 같다’며 다행히 여학생 어머니가 신고를 했다. 이처럼 중학생들 사이에서 온라인을 통한 마약투약 사건이 급증하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
마약뿐만이 아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성범죄 사건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더니 요즈음 또다른 문제가 등장했다. 다름 아닌 여자 소년원생들 사이의 임신과 낙태 출산의 문제이다. 소년원에 수감되는 성범죄자들 숫자가 상당히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인데, 여자 소년원생의 경우 주로 성매매 알선·강요의 죄로 입감이 되며, 대부분 성범죄 피해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어서 유엔에서는 여자 소년범들을 수용할 때 성피해와 임신·출산에 대한 조사와 보호를 의무화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여성 수감자에 대한 처우를 규정한 ‘방콕 룰’이 바로 그것인데, 모성보호를 위해서라도 취약한 여자청소년들에 대하여 소년원 수용을 최소화하도록 한다. 대신 아동보호시설이나 마약재활센터 입원 등이 권고되는데,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엄벌주의만으로 청소년들의 범죄자화를 막기는 어려운 시점이란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라고 하였던가? 우리 아이들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에는 사회문제에 대한 철저한 외면과 은폐가 일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 사이에서 성과 폭력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년의 비대면 사회에서 온라인 범죄가 전례 없이 늘어나 천진난만한 아이들까지 집어삼킬 것이라는 예상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중고생뿐 아니라 초등학생의 자살률까지 상승하는 문제 역시 지난 정부의 교육부에서도 이미 그 심각함을 감지했었다. 그러나 명시적으로 문제임을 인정하는 순간 아동보호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당국은 이 문제를 그저 쉬쉬하면서 육성과 촉진, 개발에만 박차를 가해 왔다.

그러나 이제 미성년자의 투신자살을 실시간으로 중계를 하여도 그것을 막을 방도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모든이에게 모든 것이 접근가능한 세상이라면, 아직까지 자기결정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요보호 아동·청소년에게도 정보의 무차별적 남용이 승인되어도 괜찮은 것인지 묻고 싶다. 아이들에 대한 위험은 목전에 있는데, 어른들은 이 같은 신종 위험에 대해 무지몽매하거나 알면서도 쉬쉬한다면 분명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저 학업스트레스나 입시경쟁 정도로 아이들의 문제를 치부한다면 한국 사회의 미래는 기약하기 어렵다. 이제라도 정신을 바로잡고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리트머스지처럼 흡입력이 강한 아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흡수될 것임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부디 첨단기술의 개발과 실행에도 아동보호의 가치가 우선 고려되기를 기원해 본다. 이를 위해서라면 법과 제도를 더 늦기 전에 정비해야 한다.

최근 서울시 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에서는 문자·그림·영상의 패턴을 매칭시켜 인공지능(AI)이 온라인 사이트뿐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불법촬영물을 자동으로 검출하고 삭제해 재유포를 막는 서비스를 개통하였다. 기존에는 피해자의 얼굴이나 특이점을 육안으로 판독하는 수작업을 거쳐야 했기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었다. 이런 식의 기술발전이라면 상업활동을 하는 포털사이트에서도 AI 기술을 의무화해 자정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입법이 가능하다면 아동청소년에게 유해한 각종 범죄들을 방치하여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포털사이트에 형사책임을 묻는 방법도 취할 수 있으며, 나아가 서구사회에서처럼 피해자들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 아동과 청소년이 계속 상처를 입도록 놓아둘 것이냐, 아니냐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익에 눈이 어두워 현재의 위기를 외면하면 때를 놓칠 수 있다. 제발 많은 어른들이 마음을 모아주었으면 좋겠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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