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수정안’ 여야 합의 불발
정부 축소안 제시에도 이견
‘채권 매입’은 논의조차 못해
여야, 국토위 다시 열기로
국토교통부가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적용 기준을 넓힌 수정안을 국회에 제시했다. 수정안에는 임차주택의 보증금과 면적 요건을 완화하고, 경·공매가 개시되지 않았더라도 파산이나 회생 절차가 개시됐다면 피해자로 볼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야당과 피해자단체가 요구하는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은 이날도 논의되지 않아 최종합의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국토부는 1일 국회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전세사기 피해 인정 기준이 협소하고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며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수정안을 제시했다.
수정안에서는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임차주택’ 요건이 완화됐다. 기존에는 보증금 3억원, 주택면적 85㎡ 이하 주택만 피해지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 수정안에서는 면적 요건을 삭제했다. 보증금 수준은 3억원을 기준으로 하되, 국토부 내 전세사기피해 지원위원회에서 최대 150% 범위 내에서 보증금 규모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임차 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 조건은 경·공매가 개시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이 파산이나 회생 절차를 개시하는 경우 피해자 요건에 포함되도록 했다. ‘보증금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라는 조건은 아예 삭제했다.
‘수사가 개시되는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라는 요건은 구체화했다. ‘전세사기 의도’를 임대인 등의 기망 또는 동시진행 등의 사유를 포함하여 형법상 사기보다 폭넓게 인정하도록 했다. 동시진행은 건축주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동시에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바지 사장’에게 소유권을 넘기는 방식을 의미한다.
‘전입신고’ 요건(임차주택에 거주해 대항력 확보)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돼 퇴거한 임차인이라도 임차권 등기를 마친 경우’를 포함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이로써 임차권 등기를 마치고 거주지를 옮긴 피해자들도 특별법 지원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회 법안 심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여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토부의 수정안에 대해 야당과 피해자단체에서는 “조건이 여전히 협소하며, 명백한 사기로 대항력을 상실한 피해자들은 구제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대쟁점 중 하나인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은 이날 소위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야당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피해자의 채권을 매입해 보증금을 지급하는 것이 피해 지원의 핵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야는 3일 다시 회의를 열어 추가로 심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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