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복 수석, 공천 거론하며 한·일관계 옹호 발언 요청”…태영호 녹취록 나왔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 3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사진)에게 내년 총선 공천을 거론하며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징용) 피해 배상안을 옹호하는 발언을 요청했다는 태 최고위원 음성 녹취가 나왔다. 태 최고위원은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했고, 이 수석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MBC는 지난 3월9일 저녁 태 최고위원이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보좌진을 모아놓고 한 말을 녹음한 내용을 1일 보도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태 최고위원은 “오늘 들어가자마자 정무수석이 나한테 ‘오늘 발언을 왜 그렇게 하냐. (더불어)민주당이 한·일관계 가지고 대통령 공격하는 거 최고위원회 쪽에서 한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냐’ 얘기했다”고 말했다.
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있는 기간 마이크 쥐었을 때 잘 활용해, 매번 (내가)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태 최고위원이)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도 없어”라고 이 수석이 말했다고도 했다. 태 최고위원은 이 수석이 “오늘 ‘한·일관계 얼마나 좋냐’ 첫 상견례 자리에서 당신이 그거 탁 치고 들어왔으면 대통령한테 ‘한·일관계 태영호가 한마디 했습니다’ 이러면 얼마나 좋을 뻔했느냐”고 말했다며 이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했다. 이 수석이 공천 문제가 걱정되면 정부의 대일 정책을 잘 옹호하라는 압박성 발언을 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태 최고위원 음성이 녹음된 날은 당 지도부가 선출된 하루 뒤로, 오전에는 첫 최고위원회의가 열렸다. 당시 태 최고위원은 한·일관계와 관련한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수석을 만난 직후 열린 3월13일 최고위에선 “일제 강제징용 해법과 한·일관계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이 국익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정치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태 최고위원은 보도 후 낸 입장문에서 “이 수석은 본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제 발언은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는 차원에서 나온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이 수석은 통화에서 “4·3 관련 얘기를 했을 뿐”이라며 “(녹취록에 나오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말했다.
정대연·문광호·유설희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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