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하의 낯선 얼굴 [인터뷰]

배우 신재하, SBS '모범택시2' 종영 인터뷰
"군대 가기 전 조급했던 마음 컸죠"
'일타스캔들'과 동시 작업, 정신적 부담감 느껴

최근 신재하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SBS '모범택시2'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은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 기사 김도기(이제훈)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배우 신재하가 소년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었다. 그간 신재하의 앳되고 풋풋한 면모가 부각됐다면 이제는 서늘한 악역까지 거뜬하게 소화하면서 스스로 연기적 지평을 확장시키는 중이다.

최근 신재하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SBS '모범택시2'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은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 기사 김도기(이제훈)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극중 신재하는 무지개 운수에 새롭게 취직한 신입 일반 택시기사 온하준을 맡아 이야기 속 반전을 도맡았다. 특히 수많은 악행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모습으로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번 시즌2에서 새롭게 빌런으로 합류한 신재하. 이전 시즌의 신드롬급 인기가 무거운 책임감으로 느껴지진 않았을까. 이에 신재하는 "당연히 부담이었다"면서도 "표예진 누나와 유람 형은 전작에서 호흡을 맞춰서 마음이 편했다. 선배님들도 제가 힘들어할 것을 아셨을 것이다. 현장에서 저를 더 많이 챙겨주셨다. 촬영하면서 부담감이 많이 없어졌다"고 회상했다.

사이비 종교, 클럽 마약 범죄 등 '모범택시2'는 실제를 떠올리게 하는 사건들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신재하 역시 작품에 임하면서 현실 속 사건들을 염두에 뒀다. 신재하를 포함한 배우들은 제작진과 실제 사건의 결말, 또 사실 확인까지 거치면서 보다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만들었다.

신재하는 앞서 종영한 tvN '일타스캔들'에서도 반전의 키를 갖고 있는 지실장으로 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작품 모두 이중적인 면모를 갖고 있는 인물을 맡게 됐다. 지실장과 온하준 모두 순진한 얼굴로 모두의 신뢰를 받지만 극 후반부 잔혹한 본성을 드러낸다. 특히 '일타스캔들'과 '모범택시2' 두 작품 모두 흥행에 성공하면서 신재하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이 모였다. 다만 전작의 이미지가 이번 작품으로 고스란히 이어지면서 반전의 묘미가 다소 떨어졌다는 지적도 일었다.

'모범택시2'에서 신재하는 인물의 양면성을 더욱 강조했다. 온하준이 극중 악의 뿌리로 묘사되는 금사회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이 가장 임팩트를 남겨야 했기 때문이다. 정체가 발각되기 전후로 온하준은 목소리 톤부터 제스처까지 전혀 다른 온도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모두 신재하의 계산된 표현이란다.

그렇기 때문에 두 작품의 방영 시기가 배우로서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신재하는 "너무 아쉽다. 충분히 논의를 했지만 지금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 차이가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다"고 말하면서도 긍정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군대를 다녀오기 전에는 누군가의 동생, 막내 직원 등 어린 이미지가 강했어요. 어떻게 하다 보니까 두 악역을 하게 됐는데 이제는 많은 분들이 제 본명을 기억해 주셨어요. 두 작품 모두 빌런이었기 때문에 선택했다기 보단 좋은 캐릭터였고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

최근 신재하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SBS '모범택시2'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은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 기사 김도기(이제훈)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신재하는 지실장과 온하준, 두 빌런을 동시에 연기하면서 현장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했다. 대본을 토대로 감독,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실장과 온하준의 서사를 만들어갔다. 그것만이 두 작품의 간극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배우 본인의 욕심도 컸다. 그는 "두 작품 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감독님과 작가님의 전작들을 다 재밌게 봤다. 제가 언제 전도연 선배님과 경호 형과 편하게 드라마를 할 수 있을까 선택했다. 그리고 나서 '모범택시2' 제안을 받았을 땐 내가 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일타스캔들'이 '모범택시2'보다 일찍 종영한 만큼 배우들의 피드백이 있었냐는 질문에 "'길복순' 시사회에서 전도연 선배님이 제게 '또 나빠~' 하셨다"고 회상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신재하에 따르면 두 작품의 촬영 기간은 똑같이 시작해서 똑같이 끝났단다. 완벽하게 겹친 탓에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적인 부담도 너무 컸다고 밝힌 신재하는 "피폐해지진 않았지만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양쪽 다 후반부 감정신이 컸기에 소모가 컸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4년 데뷔한 신재하는 어느덧 10년차 배우가 됐다. 스스로 10년을 돌아보면 뿌듯함을 느낀다는 신재하는 "그 시간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다. 저한테는 항상 위기였다. 불안감 때문에 작품을 쉬지 않았다. 냉정하게 스스로를 바라봤을 때 스타가 될 수 있는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드라마 '오늘의 탐정' 'VIP' 등에 출연하면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지만 2020년 입대 직전까지 조바심을 느낀 것이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천천히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작품이 끝날 땐 불안감이 찾아왔다. 나는 작품을 계속해야만 (연기 생활을)이어갈 수 있으리라는 압박감이 컸다"고 돌아봤다.

그가 이렇게 불안함으로 가득했던 20대를 보냈던 이유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재하가 꾸준히 작품과 캐릭터를 선보였던 것이 제대 후 빠른 복귀로 이어졌다. 신재하의 다음 스텝에서는 보다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을 예정이다. 자신이 잘하는 장점들을 섞은 연기를 예고하면서 새로운 신재하의 얼굴을 기대케 만들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