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화재와 함께 사라진 ‘노동자’
[KBS 대전] [앵커]
노동절인 오늘,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직원 60여 명이 명예퇴직으로 회사를 떠났습니다.
이들을 포함해 한국타이어 화재 뒤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만 3백여 명에 이릅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화재 당시 불이 난 줄도 모르고 현장을 지켰던 이들이었습니다.
현장K, 곽동화 기자입니다.
[리포트]
완성 타이어를 수출용 컨테이너에 옮겨싣는 일을 맡았던 협력업체 노동자 A씨, 일을 시작한 지 13년 만에 작업반장으로 승진해 2공장으로 발령받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얼마 전, 해고통지서를 받았습니다.
화재로 2공장이 전소되면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겁니다.
가족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했습니다.
[A 씨/전 한국타이어 협력업체 직원/음성변조 : "'아빠 며칠 쉬어'라고 얘기했는데 의아한 표정으로 보더라고요. 안 되겠다 싶어서 이젠 저녁에 (집 밖으로) 나가요. 아마 계속 얘기는 못 할 거 같아요."]
또 다른 협력업체 소속이던 B씨,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만 10년을 일했지만 화재로 협력업체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회사를 떠났습니다.
[B 씨/전 한국타이어 협력업체 직원/음성변조 : "권고사직을 '당한' 거거든요. 제가 터득했던 기술은 나가서 쓸 수 있는 데도 없고..."]
3월 화재 이후 50일 사이 해고나 권고사직 된 한국타이어 협력업체 노동자는 260여 명, 권고사직 요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해고되면 위로금도 못 받고 쫓겨난다는 말에 사직서에 서명했지만 하루하루가 막막합니다.
[C 씨/전 한국타이어 협력업체 직원/음성변조 : "(위로금도) 보름 후에 지급한다 하고는 그것도 아니고 한 달 후에 지급해주고. 외벌이였는데 생활이 정 어려우면 (딸) 학원도 끊어야겠죠."]
화재는 비정규직, 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덮쳤습니다.
한국타이어가 최근, 소속 생산직 사원 8백여 명 중 550여 명만 해외공장 등으로 전환배치를 예고하면서 250여 명은 자연스레 명예퇴직 대상자가 됐는데 이 중 60여 명이 노동절인 오늘, 퇴직했습니다.
불이 났던 밤 10시까지 공장에서 일하다 화재 소식에 대피했던 노동자들이 결국, 화재의 직격탄을 맞은 셈입니다.
[김대석/한국타이어 직원 : "피해 당사자인 사원들에게 사과문조차 발표하지 않았다는 게 너무나도 화가 납니다. 그거 하나만 보더라도 회사가 사원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알 수 있습니다."]
남겨진 노동자들도 공장이 재건되기만을 기다리며 버티고 있지만 이런저런 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오영균/한국타이어 직원 : "관리자와 사이 안 좋게 지냈던 분들은 '해고 1순위는 나'라고 생각하면서 다들 잠도 못 자고 여기저기 전화해서 물어보고 알아보고..."]
한국타이어 측은 전환배치나 명예퇴직을 일방적으로 진행한 적이 없고 협력업체의 정리해고는 원청인 한국타이어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현장K 곽동화입니다.
곽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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