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마침표는 없다 [삶과 문화]

2023. 5. 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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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일본이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우리나라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WP) 기자와의 대담 내용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이 책에는 당시의 일본군 만행(1만여 명의 비무장 중국인들을 기관총 등으로 아무 거리낌 없이 한꺼번에 몰살시키고, 불태우고, 강물에 떠내려 보내는 장면과 모자간 성행위를 강제하는 장면 등등, 옮겨 적기 참담한 무수히 많은 참혹한 장면)과 그런 사실을 왜곡하는 당시 일본 사회, 그리고 일본 지배층의 전쟁범죄 행위들에 대해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던 내용과 기록을 새롭게 조명하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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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일본이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우리나라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WP) 기자와의 대담 내용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와 동시에 우리의 안전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 오는 것을 숨길 수가 없다. 한 국가의 최고 '리더'의 정책 수행에 '연습'이란 있을 수가 없다. 그가 던진 '말 한마디'와 제시한 정책의 방향에 전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생 원인 중에 하나로 국제정세를 잘못 읽고, 대처를 적절하게 하지 못한 그 국가 지도자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 기사를 접하면서, 몇 달 전 독서토론 세미나에서 읽었던 일본 작가 헨미 요(1944~)의 '1★9★3★7 이쿠미나'(한승동 옮김, 서커스, 2020년)를 다시 펼쳐보게 된다. 제목 속의 '1937'은 일본이 중국 본토에 대한 침략을 본격화했던 1937년, '남경(南京) 대학살'을 자행한 바로 그해를 가리킨다. 이 책에는 당시의 일본군 만행(1만여 명의 비무장 중국인들을 기관총 등으로 아무 거리낌 없이 한꺼번에 몰살시키고, 불태우고, 강물에 떠내려 보내는 장면과 모자간 성행위를 강제하는 장면 등등, 옮겨 적기 참담한 무수히 많은 참혹한 장면)과 그런 사실을 왜곡하는 당시 일본 사회, 그리고 일본 지배층의 전쟁범죄 행위들에 대해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던 내용과 기록을 새롭게 조명하고 분석하고 있다.

작가는 일본과 일본인의 전쟁범죄를 철저하게 추궁하면서, 이를 토대로 그 전쟁의 책임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일본 사회와 일본 국민들의 '역사의식' 부재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거의 잘못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물음을 제기하지 않는 사회, 천황제라는 정치 체제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사회, 투쟁에 의하여 자신의 권리를 획득해 가는 '시민'이 아니라 천황의 '신민(臣民)'으로 존재하는 사회, 이런 현재의 일본 사회를 '민주주의' 사회라고 규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과거의 잘못에 대하여 반성적 물음을 제기하지 않는 대다수 일본 국민들의 '역사의식' 부재가 결국 급격하게 우경화되고, 제국주의 사회로 다시금 회귀하려는 사회 현상을 낳게 되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작가는 "역사는 완료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아직 완료되어 있지 않은 미연(未然)이기도 하다"고 말하면서, 과거 한일 외무장관이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에 대하여 문제 제기한다. 역사에 있어서 '최종적'이거나 '불가역적'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고, 현재의 삶 속에 언제나 녹아 숨 쉬고 있으며, 새롭게 해석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다. 대다수의 일본인들이 외면하는 '역사문제'에 대하여 '깨어 있는 의식'으로 접근하는 작가 정신을 주목하게 된다.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 확립'과 삶의 방향성 제시에 기여한다. 우리의 삶은 비이성적 상태에서 이성적 상태로 전환하기 위해 부단히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이다. 깨어 있는 시민이 부조리한 사회, 부당한 권력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질 때, '민주주의'는 보존돼 왔고, 보다 나은 사회로 한 걸음 발전해 왔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박승현 조선대 재난인문학연구사업단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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