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사들이는 각국 중앙은행들…한은 보유량은 10년째 제자리
104.45톤 보유…세계 36위 수준
외환은 4253억달러로 ‘세계 9위’
한은 측 “위기 때 팔기 어려워
안전자산 충분…금 안 사도 돼”
한국의 금 보유량이 세계 36위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전 세계 경기침체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높아지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는 반면, 한국은행은 2013년 이후 10년간 금을 매입하지 않았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이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다변화돼 있는 만큼 추가 금 매입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1일 세계금위원회(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은이 보유한 금은 모두 104.45t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 중 36위를 기록했다. 미국이 8133.46t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독일(3355.14t)과 이탈리아(2451.84t), 프랑스(2436.75t), 러시아(2301.64t) 등이 금 보유량이 가장 많은 5개국을 형성했다. 중국(2010.51t), 스위스(1040t), 일본(845.97t), 인도(787.40t), 네덜란드(612.45t) 등이 10위 안에 들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에서 시가로 환산한 금(작년 말 기준 60억9000만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1.46%로 매우 낮았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지난 2월 말 기준(4253억달러)으로 세계 9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금 보유량은 매우 적기 때문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중 금 보유량은 2012년 4분기 기준 84.44t에서 2013년 1분기 104.45t으로 늘어난 뒤 10년째 변화가 없다. 반면 중국 인민은행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금 매입을 늘리고 있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지난 3월까지 5개월 연속 금을 매입하면서 1978년 관련 통계를 발표한 이후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안전자산 선호,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이 다수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 계기가 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10년 전 금 보유량을 늘릴 때와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2012~2013년에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증가 추세에 있었고, 금 보유량 자체도 부족하다고 판단해 금을 매입했다. 반면 지금은 외환보유액 규모가 일정 수준에서 유지되는 국면에 있고, 투자 다변화가 충분히 이뤄져 있어 굳이 금을 매입할 이유가 줄었다는 것이다.
한은 외자운용원의 한 관계자는 “금은 한번 사놓으면 수시로 매매하기가 어렵다”면서 “위기 시에 손쉽게 팔거나 해서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금 매입을 늘리는 곳은 중국과 튀르키예, 이라크, 인도 등으로 지정학적 위기를 겪거나 경제적 불확실성이 큰 나라들이 대부분”이라며 “우리나라처럼 외환보유액이 다변화돼 있고 다른 안전자산이 있으면 굳이 금을 매입할 이유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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