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편안 논의할 의회 재소집…또다시 긴장 고조되는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추진하는 사법개편안을 논의할 크네세트(의회)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재소집됐다. 현충일(욤 하지카론)과 건국기념일을 맞아 휴회했던 크네세트가 재개하면서 사법개편안을 놓고 극심한 진통을 겪었던 이스라엘은 또다시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예루살렘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사법개편 논쟁을 대화로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양측의 선의로 우리가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미 CNN 인터뷰에서도 “이스라엘은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로 남을 것”이라며 “광범위한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공개토론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을 의회 과반으로 무력화하고, 정부와 여당이 추천하는 인사가 법관선정위원회의 다수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법개편안이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합의를 강조하며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25일 이스라엘 최대 기념일인 현충일 추모식에서도 정치적 발언을 삼간 채 1948년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리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극우 진영에선 크네세트가 다시 가동된 만큼 사법개편을 더는 늦춰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법개편안 얼개를 만든 야레브 레빈 법무장관은 “대법원이 테러범을 감싸고 있다”며 “지난달 야당은 우리의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고 비판했다. 슐로모 카르히 통신장관도 “폭넓은 합의에 도달하길 바라지만, 우리는 이미 약속한 바를 이행하기로 했다”며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법개편안을 밀어붙이라는 친정부 시위대 요구도 네타냐후 총리에겐 부담이다. 현충일 당일 예루살렘에만 20만명의 친정부 시위대가 집결했는데, 이 자리엔 레빈 장관 등 내각 주요 인사들이 참여해 집회를 독려했다.
WSJ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가장 큰 걸림돌은 판사 임명 방법”이라며 “야권은 법관선정위원회를 여야 동수 추천으로 균형을 맞춰 구성해야 협상할 수 있다는 태도”라고 전했다.
여기에 5월 말까지 크네세트에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내각이 해산된다는 규정도 네타냐후 총리의 고민거리다. 사법개편안 처리를 강행한다면 야권이 예산안 협상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WSJ는 “네타냐후 총리와 집권 리쿠드당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며 “야당이 다수의 지지를 받는 현 상황이 변수”라고 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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