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리 동네 광역버스 ‘무정차 통과’ 여전한 이유? 증차 ‘불공평’ 있었다 [버스 입석 대책: 맹점짚기] (3)
고양-용인 수요 대비 증차량 차등 심각해
"조금만 신경쓰면 될 일...데이터 관리 부족"
광역버스 입석 금지로 출·퇴근길 버스를 제때 못 타는 승객이 대거 늘어나면서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증차에 나섰지만, 지난해와 올해 계획에 지역 간 불균형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증차의 목표는 이른바 ‘만원 버스’가 승객을 태우지 않고 지나치는 ‘무정차 통과’를 줄이는 것인데, 불균형 증차의 영향권에 든 지역민이 상대적으로 이런 불편을 더 자주, 더 오래 겪게 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세계일보 영상팀이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로부터 지난 3월 말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8월~오는 12월 경기도 20개 시에는 광역버스(전세·정규·2층 전기) 모두 319대가 공급됐거나 공급될 예정입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 남부가 북부보다 유달리 증차 수가 많습니다.
수원(57대)과 용인(92대) 남부 두 도시만 합쳐도 경기도 전체 증차량의 절반가량(47%)을 차지합니다. 이는 북부 8개 시의 모든 증차량을 합친 비율(42%)보다 큽니다.
경기도교통정보센터 정보를 바탕으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역별 편중 현상은 더 명확해집니다.
취재진은 도시별로 ▲인구수 ▲2021년 10월~입석 금지 시행 직전 달인 지난해 10월 피크 시간대인 오전 8∼9시 버스 이용객 수 ▲기존 광역버스 인가 대수 자료를 취합했습니다.
먼저 북부 고양시는 ▲인구 107만 ▲1년간 버스 이용객 수 64만여명 ▲기존 광역버스 수 209대인데, 증차 계획이 ‘30대’로 세워졌습니다.
용인시는 ▲인구 107만 ▲1년간 버스 이용객 수 59만여명 ▲기존 광역버스 수 408대이면서 증차 계획이 무려 ‘92대’로 잡혔습니다.
버스 이용객 수에는 광역버스가 아닌 일반버스 이용객 수도 포함돼 있어 지역별로 각각 지난해 10월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체 이용객 수 대비 광역버스 이용객 수 비율’을 ‘전체 노선 대비 광역버스 노선 비율’로 나눠보니 고양시(1.37)와 용인시(1.44)는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광역버스 수요는 두 도시가 비슷한데 용인에만 3배가 넘는 증차를 해주기로 한 겁니다.
용인에서 상대적으로 직장 사무실이 많은 서울 강남권으로 출퇴근하는 수요가 크다고 넘기기엔 경기 남부 내에서도 편중이 감지됩니다.
성남시는 ▲인구 92만 ▲1년간 버스 이용객 수 126만 ▲기존 광역버스 수 290대인데, ‘15대’ 증차에 그쳤습니다.
대광위 관계자는 자료 제공 당시 “입석 승객량과 무정차 통과량, 배차 간격 등 데이터만 놓고 증차 계획을 잡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철도가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은 다르지 않으냐”며 “버스 말고 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 주민들이 있는 곳에 무리하게 증차하는 것은 비효율”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경기도교통정보센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이동수단 중 버스 분담률, 즉 버스 의존도는 고양(15.8%)과 성남(22.2%)이 용인(12.5%)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달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인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고양시을)은 “최근 질의한 결과 대광위 측도 지역 안배를 미처 고려 못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며 “버스 분담률대로만 해도 지역 불균형은 일부 해소가 될 수 있는데 대광위가 내부적으로 데이터 관리를 잘 못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고양시는 지축·삼송·향동·덕은 등 미니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인구가 지속해서 늘어난 곳이고, 3기 신도시까지 들어올 예정인데도 배려받지 못했다는 게 한 의원의 지적입니다.
한 의원은 “광역버스를 20분 이상 기다려도 탈 수 없다는 민원을 고양시민들로부터 많이 받는다”며 “대안으로 철도를 유치했는데, 이건 장기 대책이고 단기 대책으로서는 버스 증차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현재 계획된 것들은 빠르게 진행을 하되 반드시 신규 운행 계획을 세워야 된다는 입장”이라며 “광역버스 증차 불균형은 대광위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해소될 수 있는 문제라 시정 요청을 하면서 고쳐나갈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신성철 기자 ssc@segye.com, 윤성연 기자 y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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