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축장 폐쇄 소식에 양돈 농가 “날벼락”
경북 비규격돈 80% 처리하던 곳 사라지면 농가 줄도산 위험
1일 오전 대구축산물도매시장과 붙어 있는 대구도축장 계류장. 도축라인 시작인 이 계류장에는 200㎏이 넘는 어미돼지(모돈)와 먹이 경쟁에 밀려 ‘고기’로서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새끼돼지(위축돈)로 가득 차 있었다.
비규격돈이라고 불리는 이 돼지들은 삼겹살이 아닌 양념갈비와 돼지국밥 등 국거리용으로 판매된다. 지난해 이곳에서 도축된 비규격돈은 11만5611마리(모돈 5만5118마리·위축돈 6만493마리)에 달한다.
박종우 대한한돈협회 경북도협의회장은 “비규격돈은 출하량이 들쭉날쭉해 민간 육가공 공장에서는 받아주지 않아 개별 농가가 이곳에서 직접 경매로 판매해야 한다”며 “대구도축장이 20년 넘게 이 역할을 해왔는데 갑자기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한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도축장을 내년 3월부터 폐쇄하기로 하면서 경북 양돈 농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농가들은 당장 내년부터 연간 돼지 11만여마리를 처리할 곳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반면 대구시는 경북 8개 시·군에서도 도축장을 운영 중인 만큼 축산물 유통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경북도·축산물도매시장 지정도매법인 등에 따르면, 대구시는 현재 ‘축산물도매시장(도축장) 폐장 타당성 및 후적지 활용방안’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홍 시장이 지난 1월 “지방자치단체가 도축장을 운영하는 사례는 대구시밖에 없다”며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과 함께 도축 기능을 제외한 축산물도매시장을 달성군 하빈면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대구도축장은 대구시가 지정한 도매시장법인이 운영하고 있다. 법인지정은 2024년 3월 만료된다. 대구시 계획대로라면 당장 내년 3월 대구도축장은 문을 닫는다.
문제는 대구도축장이 그간 경북 양돈 농가들의 비규격돈 80%가량을 도축해온 곳이라는 점이다. 비규격돈은 도축을 위해 별도 설비가 필요하다. 대구도축장을 제외하면 대구·경북지역에서 어미돼지 도축이 가능한 곳은 고령도축장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곳은 현재도 계류장 공간 부족 등으로 하루 평균 40~50마리만 도축하고 있다.
경북도는 안동에 짓고 있는 축산물유통센터에 비규격돈 도축장 설비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비 부족 등의 이유로 정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사업비가 확보되더라도 행정절차 등을 고려하면 2025년은 돼야 비규격돈 도축 설비를 갖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농가들은 대구도축장 폐쇄로 양돈 줄도산 위험에 처해있다고 토로한다. 출산능력이 떨어진 어미돼지의 경우 도축을 해야 하는데, 도축장을 찾지 못하면 사료값 등으로 피해가 막심한 탓이다. 통상 어미돼지 1마리가 2~3개월 먹는 사료 양이 일반 돼지 6~8마리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양돈농가 김모씨(60대)는 “고령도축장도 어미돼지 도축을 예약하면 한 달 뒤에나 오라고 한다”며 “이대로라면 농가에서 직접 돼지를 잡아서 땅에 묻으란 소리 아니냐”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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