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반 592건…‘죽음의 공장’엔 기초 안전관리도 없었다
안전난간·안전통로 등 지난해 지적된 위반사항들도 안 고쳐
노동부, 328건 형사입건 방침…노동계 “정부 감독 부족” 지적
한 해 동안 3건의 중대재해로 4명이 목숨을 잃은 철강 제조업체 세아베스틸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과거 적발된 안전 관련 위반사항도 제대로 고치지 않았다. 기본적인 안전관리조차 하지 않은 탓에 막을 수 있었던 사망 사고가 반복됐다. 노동계는 사고가 충분히 예견됐는데도 정부의 감독이 미진했다고 지적한다.
고용노동부는 세아베스틸에 대해 지난 3월29일부터 4월7일까지 특별감독을 벌인 결과 592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고 1일 밝혔다. 노동부는 이 중 328건은 형사입건해 사법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나머지 264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약 3억8000만원을 부과할 방침이다.
세아베스틸 전북 군산공장에서는 최근 1년 새 3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5월 퇴근하던 노동자가 16t 지게차에 부딪혀 숨졌다. 같은 해 9월에는 약 7.5t의 쇠기둥을 트럭에 싣던 노동자가 쇠기둥과 트럭 적재함에 끼여 사망했다. 지난 3월에는 노동자 2명이 연소탑에서 찌꺼기 제거 작업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본 노동부는 사고가 발생한 군산공장뿐만 아니라 세아베스틸 본사와 경남 창녕공장까지 특별감독 대상에 넣었다.
감독 결과 세아베스틸은 지난해 12월 중대재해 사후감독 당시 지적된 기초적인 안전관리 위반사항들조차 제대로 고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난간 미설치, 안전통로 미확보, 회전부 방호조치 미실시, 비상정지장치 미설치 등이다.
또 지난해 5월 지게차 사고가 있었는데도 일부 구역에서 지게차 운행 구역과 보행 구역을 분리하지 않았다. 쇠기둥 끼임 사고 이후에도 중량물 취급 작업 시 낙하·협착 예방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위험성평가를 형식적으로 진행하거나 순회점검 등 유해·위험 방지 업무를 부적절하게 수행했다는 점도 드러났다. 특별안전보건교육과 특수건강진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계는 세아베스틸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빈발하는 등 중대재해 징후가 잇따랐는데도 정부의 감독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과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세아베스틸의 산재 피해자 중 사망자 비율은 전국 평균(0.81%)의 15배가 넘는 12.5%로 나타났다. 노조는 한 사업장에서만 이처럼 높은 수치가 나오는 건 이례적이라며, 다른 사망 사고가 있었는데도 드러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아베스틸은 2019년과 2020년 산재 사고를 보고하지 않아 ‘산재 미보고 사업장’으로 공표되기도 했다.
노조는 “재해 은폐를 방조하고 감독은 부실했으며, 재해 관련 자료 공개도 거부한 노동부에 적색경보를 내려야 한다”고 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세아베스틸은 이번 특별감독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원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며 “노동부는 이번 특별감독으로 끝내지 않고 세아베스틸에 안전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개선 결과를 지속해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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