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돈봉투 사건 ‘키맨’이라더니…강래구 구속영장 재청구 왜 늦어지나
수사 외연 확대 관측…“2일 조사받겠다”는 송영길 제안 거부
검찰 “금품 살포 증거는 충분…증거인멸 정황 보강 수사 중”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사진)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일주일 넘게 재청구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의 ‘키맨’으로 지목된 강 협회장의 혐의 사실을 다지는 데 예상보다 많은 시일이 소요되고 있는 것이다. 오갔다는 돈이 흔적을 남기지 않는 현금인 점, 관련자들이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다는 점에서 ‘이정근 녹음파일’이라는 결정적 단서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수사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신속한 수사’를 공언했음에도 수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강 협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준비 중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1일 강 협회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납득할 수 없다. 보강수사를 통해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는 등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런데 열흘 가까이 지나도록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강 협회장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확보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음파일에는 관련자들의 직접 진술과 간접 진술(전언)이 섞여 있다. 이 전 부총장이 ‘윤관석 의원에게 (돈을) 줬다’고 한 말, 윤관석 의원이 ‘내가 회관을 돌며 만나서 처리하겠다’고 한 말은 직접 진술이지만, 강 협회장이 ‘내가 이성만 의원이 준비해준 거 가지고 인사했다고 했더니 (송영길 전 대표가) 잘했네, 잘했어 그러더라’고 한 발언은 타인의 말을 듣고 전달한 간접 진술이다. 간접 진술만으로는 증거로 쓸 수 없다.
뇌물·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처럼 현금이 오간 범죄의 경우 흔적이 남지 않아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이 사건 관련자 대부분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누가, 어디서, 얼마의 돈을 조성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얼마의 돈을 주었는지 입증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이 수사의 외연을 확대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이날 송영길 전 대표의 경선캠프 지역본부장, 상황실장 등의 주거지 3~4곳을 압수수색했다.
수사가 송 전 대표를 직접 겨누면서도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송 전 대표 측은 2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받겠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협의되지 않은 일방적인 출석 의사로 조사 계획은 없다”면서 “일정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치인이 검찰에 선제적으로 출석해 조사받은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2003년 12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불법 대선자금 사건과 관련해, 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비서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각각 검찰과 협의하지 않고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에 적시된 강 협회장의 9400만원 금품 살포 혐의에 대해서는 물적·인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며 “증거인멸 정황 등을 중심으로 보강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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