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태영호에 공천 거론하며 한·일관계 옹호 요청 의혹...태 최고, 음성 녹취 공개

정대연·문광호·유설희 기자 2023. 5. 1. 21: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태 최고, 녹취 공개 후 “과장” 본인 발언 부정
‘설화’로 물의를 빚은 태영호 최고위원(왼쪽)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 3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에게 내년 총선 공천을 거론하며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징용) 피해 배상안을 옹호하는 발언을 요청했다는 태 최고위원 음성 녹취가 나왔다. 태 최고위원은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해명했고, 이 수석은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MBC는 지난 3월9일 저녁 태 최고위원이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보좌진들을 모아놓고 한 말을 녹음한 내용을 1일 보도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태 최고위원은 “오늘 나 들어가자마자 정무수석이 나한테 ‘오늘 발언을 왜 그렇게 하냐. (더불어)민주당이 한·일관계 가지고 대통령 공격하는 거 최고위원회 쪽에서 한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냐. 그런 식으로 최고위원 하면 안 돼’(라고) 바로 이 수석이 얘기했다”고 말했다.

태 최고위원은 “당신이 공천 문제 때문에 신경 쓴다고 하는데, 당신이 최고위원 있는 기간 마이크 쥐었을 때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매번 (내가)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태 최고위원이)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정상적으로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도 없어”라고 이 수석이 말했다고도 했다. 태 최고위원은 이 수석이 “아니, 오늘 ‘한·일관계 얼마나 좋냐’ 첫 상견례 자리에서 당신이 그거 탁 치고 들어왔으면 대통령한테 가서 ‘이거 오늘 한·일관계 태영호가 한마디 했습니다’ 이러면 얼마나 좋을 뻔했느냐”고 말했다며 이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했다. 이 수석이 자신에게 공천 문제가 걱정되면 정부의 대일 정책을 잘 옹호하라는 압박성 발언을 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태 최고위원 음성이 녹음된 날은 김기현 대표와 태 최고위원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선출된 3·8 전당대회 하루 뒤다. 3월9일 오전에는 새 지도부 선출 후 첫 최고위원회의가 열렸다. 당시 태 최고위원은 한·일관계와 관련한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정무수석을 만난 직후 열린 3월13일 최고위에서 태 최고위원은 “일제 강제징용 해법과 한·일관계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이 국익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정치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한·일관계를 소재로 민주당을 비판했다. 태 최고위원은 이후에도 윤석열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을 높게 평가하는 발언을 자주 했다. 그러다 지난달 일본이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내용이 담긴 외교청서를 내놓자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에 대한 일본의 화답 징표”라고 평가해 비판받았다.

국민의힘 우세 지역인 서울 강남갑이 지역구인 태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에서 같은 곳에 공천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당 내에서 많다.

태 최고위원은 보도 후 낸 입장문에서 “본 의원실의 내부 보좌진 회의 녹취록이 유출돼 보도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태 최고위원은 “이 수석은 본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 문제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녹취에서 나온 제 발언은 전당대회가 끝나고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정책 중심의 의정활동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이 수석은 통화에서 “태 최고위원과 만나서는 4·3 관련 얘기를 했을 뿐”이라며 “나는 (녹취록에 나오는) 그런 말 한적도 없고 태 최고위원도 내가 그런 말 한적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도저히 믿기 어려운 충격적인 뉴스”라며 “만약 사실이라면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여당 최고위원인 현역 국회의원에게 용산의 하수인 역할을 하도록 공천으로 협박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대통령실의 불법 공천 개입이 아닌지 검찰과 경찰은 신속·공정하게 수사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