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면 ‘결근 처리’…10명 중 9명 “연차 없다”[5인미만 차별②]

홍성희 2023. 5. 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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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신 것처럼 직원 수 다섯 명이 안 되는 작은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전체 사업장의 68%, 430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제도적으로 차별받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최소한 일하는 기준을 두겠다는 이 법은 처음 취지와는 달리 만들어진 지 70년 된 지금까지도 일부에게만 적용됩니다.

근로시간은 물론이고, 휴일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한 온라인 구직사이트에서 조사했더니 "이번 근로자의 날에 일한다"고 답한 비율이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훨씬 높았습니다.

평소에도 연차라는 게 없다 보니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라도 가려면 결근을 무릅써야 한다는데, 홍성희 기자가 노동자들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직원 4명인 작은 업체에서 일하는 이종균 씨, 30년 경력을 지닌 기술자입니다.

["드릴 작업으로 해가지고 볼트 구멍을 뚫고…"]

이곳에서 일한 지 4년째, 그런데 '연차 유급휴가'는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여행을 가거나 병원 진료 때문에 근무를 쉬면, 결근으로 처리되고 임금도 깎입니다.

[이종균/5인 미만 사업장 : "그래 가족과 한번 쉬자, 그래서 한 게 재작년에 속초하고 묵호하고 이쪽으로 거기서 4인이 2박 3일 쉬었습니다. 쉬었을 때 저는 어떻게 됐느냐, 여기서 결근 처리가 됐어요."]

소기업이 몰려있는 여기 아파트형 공장 노동자들에겐 연차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 "평생 그런 게 있는지 사용하는지도 몰랐어요. 이쪽 동네는 연차가 거의 큰 회사 말고는 없어요. 상상이 안 되는 일이라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470명에게 물어보니, "연차가 있다"는 응답은 13%에 그쳤습니다.

근로기준법은 1년에 15일 이상의 연차 유급휴가를 보장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엔 적용되지 않는 탓입니다.

[직장인 엄마/5인 미만 사업장/음성변조 :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보니 오늘 못 나가거나 일찍 끝내야 될 것 같습니다' 건건이 그거를 허락받고, 당당한 권리를 누린다기보다는 마음의 빚을 좀 지는 느낌이긴 했어요."]

공휴일도 못 쉴 때가 많습니다.

2018년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됐습니다.

이렇다 보니 5인 미만 사업장은 300인 이상 기업보다 주 52시간 초과 근로 비율이 4배가량 높습니다.

이렇게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법 적용에 예외를 두는 건 주요 선진국에선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입니다.

[이종균/5인 미만 사업장 : "연차가 있으면 평일에도 내가 병원에 편안하게 가서 어떤 진료도 다 받을 수 있고. 그게 제가 피부로 느끼는 거예요."]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

촬영기자:박준석 왕인흡/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김지혜 기연지 김지훈

홍성희 기자 (bombom@k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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