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배당’ 4월, 경상수지 적자 커지면 환율도 상승 압박
4월 국내 기업들 ‘외국인 투자소득’ 지급 몰려 달러 유출 급증
원화 약세, 수출 증가로 연결 안 돼…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무역수지가 지난 4월까지 1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국내 기업의 배당 지급이 몰린 4월의 경상수지도 큰 폭의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건전성 지표인 경상수지가 불안한 흐름을 보임에 따라 최근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 상승을 더 부추기는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일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경상수지는 1월(-42억1000만달러), 2월(-5억2000만달러) 연속 적자를 내며 올해 두 달 동안 47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상품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경상수지 적자의 가장 큰 요인이다. 한국은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로 상품수지의 안정적인 흑자가 그동안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뒷받침해왔다. 또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급증하고 있는 점도 여행수지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요인으로 경상수지는 지난 3월에도 흑자 전환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지난달에는 계절적 요인까지 겹쳐 적자가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4월은 12월 결산 국내 기업들이 외국인 투자소득배당을 지급하는 시기여서 국내에서 빠져나가는 달러가 늘어난다. 지난해 4월에도 배당 지급 요인으로 본원소득수지가 악화된 탓에 경상수지가 2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경상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보인다면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달러화가 약세인데도 원화가치는 하락하는 이례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37.7원에 마감해 3월 말과 비교해 2.7% 절하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달러지수를 산출할 때 활용하는 주요 교역국 26개국 가운데 세 번째로 큰 하락폭이다.
통상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는 강세를 나타내는데 이 같은 흐름이 깨지고 원화와 달러화가 ‘탈동조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원화 약세의 배경은 무역수지·경상수지 적자 등으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란 게 시장의 평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수지 적자폭이 예상보다 확대되면서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전환한 것이 일단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이고 있다”면서 “경상수지 적자와 더불어 올해 재정수지 적자폭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원화가치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한은 등은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이면서 경상수지도 연간으로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낙관적으로 보기만은 어렵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예상보다 제한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는 데다, 연간 성장률 하향 조정도 가시화하고 있다.
원화 약세가 수출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통상 원화 약세는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은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이 커 기업 경영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내수 확대에도 부정적이다. 가뜩이나 소비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고물가가 지속되면 자칫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송민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상품수지 악화는 하락세를 보이는 수출물량과 대조적으로 수입물량이 늘고 있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면서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수입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경상수지 악화가 계속되면서 거시경제 취약성이 누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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