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의 신간] AI는 못하는 토론의 기술
디베이팅 세계 챔피언
그에게 배우는 토론의 기술
우리는 설전이 오가는 현장을 자주 목도한다. 시사토론 방송이나 인사청문회처럼 중대한 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자리는 물론, 집이나 학교·직장 등에서도 사적 논쟁이 적잖게 벌어진다.
SNS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이들이 옳고 그름을 따지겠다며 시작한 말싸움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중엔 논리적인 싸움도 있지만 우기기, 윽박지르기가 난무해 소모적인 말다툼으로 끝나버리는 경우도 숱하다. 소통의 공간이 다양해졌음에도 감정적 대응과 극단적 의견들로 갈등이 심화하는 일이 늘고 있다.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제대로 피력하는 토론의 기술이 절실한 요즘이다.
「디베이터」는 논리적 사고와 합리적 말하기의 기술을 담은 책이다. 한국인 최초로, 세계토론대회에서 두차례 우승한 디베이팅 챔피언이자 하버드대 토론팀 코치를 지낸 저자가 세계적 토론가들과 치열하게 논쟁하며 공부한 토론의 기술과 '좋은 논쟁'을 위한 방법들을 소개한다.
영어 한마디 못하던 호주 이민자의 자녀가 세계 최고 토론자가 되기까지의 여정이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언어적·문화적 장벽에 부딪혀 자기의 생각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었던 저자는 5학년에 올라갈 무렵 학교 토론팀에 가입하며 토론이 지닌 힘과 가능성을 처음 알아차린다.
저자는 "토론장에서는 상대가 말할 때 누구도 함부로 끼어들지 않았고 아무도 폭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다른 사람과 정반대의 의견을 명료하게 밝혀도 다툼이나 불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다.
토론을 하려면 정치·역사·과학·문화 등 광범위한 분야의 정보들을 속속들이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해 당장 의견을 펼칠 수 있을 만큼 깊게 이해해야 한다. 저자는 "지식 탐구에 그치지 않고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말하는 연습까지 거듭해야만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완성할 수 있기에, 토론은 효과적인 인문학 교육 도구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생생한 경험이 담긴 토론대회 준비 과정은 독자들에게 실용적 지식과 토론의 기본자세를 전수한다. 저자는 이런 배움을 통해 "토론은 공감 능력을 기르고 타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태도를 갖추게 해준다. 잘 반대하기 위해서는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또한 토론은 실제 신념과 다른 편에서 생각해보고, 때론 상대편의 입장에 설득당하기도 하면서 혼자선 결코 찾아내지 못했을 진실과 해답들을 발견하는 것이라며, "논쟁할 때는 상대 입장에서 자기 주장을 검토해보는 일도 좋은 전략이 된다"고 강조한다.
2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기본적인 토론의 기술들을 소개한다. 무엇에 대해 싸울 것인가(논제),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논증), '좋은 반대'가 '좋은 토론'을 이끈다(반론), 감동이라는 무기 혹은 전략(수사법), 잘 반대하는 기술(침묵) 등 다섯 가지 토론 기술을 다룬다.
2부에서는 토론의 기술을 어떻게 삶에 적용하는지 사례와 함께 살펴본다. 무례한 사람을 여유롭게 상대하는 자기방어 기술, 품위 있게 이기고 지는 법을 배우는 교육에 관해 이야기한다. 가까운 사람들과 '잘' 싸우는 법을 제시하고, 인공지능(AI)은 결코 할 수 없는 '인간의 말하기'를 알아본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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