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패권 격랑에 수출 구조도 바뀐다
반도체 수출 부진에…지난달 대중·대미 수출액 격차 19년 만에 최소
미국, 대중견제 속 구조 변화 계속될 듯…무역수지는 14개월째 적자
윤석열 정부의 친미 일방외교 격랑 속에서 중국과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확연히 높았던 수출 구조가 올해 들어 미국과 자동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반도체 불황으로 대중 수출이 7개월 연속 뒷걸음친 가운데 자동차 호황으로 대미 수출은 선방하고 있다. 대미 수출이 늘면서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과의 격차도 19년 만에 가장 많이 좁혀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수출액은 496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 줄었다고 1일 밝혔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수출 감소는 반도체 수출액(63억8000만달러)이 1년 전보다 41.0% 줄어든 영향이 크다. 디스플레이(-29.3%), 석유제품(-27.3%), 석유화학(-23.8%), 철강(-10.7%) 등 다른 주력 품목의 수출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수출이 40.3% 늘었지만 전반적인 수출 하락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다.
지역별로 보면 그동안 주력 수출 시장이던 대중 수출액이 95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5% 감소했다. 대중 수출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6월(-0.8%) 이후 11개월째다. 반면 지난달 대미 수출액은 91억8000만달러로 4.4% 감소하는 데 그쳤다. 대미 수출이 소폭 줄면서 양국 간 월별 수출액 격차는 3억4000만달러로 좁혀졌다. 지난해 4월 33억4000만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차이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산업부는 “2004년 6월 이후 두 국가의 수출액 격차가 가장 좁혀졌다”고 밝혔다.
이는 양국을 상대로 한 한국의 수출 주력 품목 업황이 엇갈린 영향이 크다. 대중 수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 44억달러 줄었다. 4월 전체 수출 감소액인 82억달러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반도체 수출이 줄어든 것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1~4월 3.41달러였던 D램 고정가는 10~12월에 2.21달러로 떨어졌다. 올해 1~3월 1.81달러로 더 추락한 데 이어 지난달 1.45달러로 바닥을 찍었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부진과 자국산 제품 우대 정책 등의 여파로 지난달 대중 수출의 경우 석유화학 -23.3%, 무선통신 -42.3%, 철강은 -17.4% 줄어 무역수지 적자 폭을 키웠다.
정부는 “반도체 수출, 하반기에 회복 기대”
반면 지난달 대미 수출액은 자동차 수출이 늘어 역대 4월 수출액 중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산업부는 “부품 공급 정상화와 북미·유럽 시장으로의 친환경차 수출 확대에 힘입어 자동차 수출이 10개월 연속 늘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수출 규모는 석유화학을 제치고 2위에 오른 것을 넘어 1위인 반도체와의 격차도 빠르게 좁히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반도체 경기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가운데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두 품목 간 수출 격차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견제가 점점 심해지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수출 호조에도 무역수지 적자는 1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수출이 수입보다 더 큰 폭으로 줄면서 지난달 무역수지는 26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3월부터 계속되고 있는데, 이처럼 적자 상황이 장기화된 것은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 연속으로 적자를 낸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반도체 업황 개선 국면을 수출 실적 반등 시점으로 보고 있다.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반도체 수출은 하반기부터 일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하반기에 무역적자와 수출 증가세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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