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항해 양식 위협하는 모자반‥이어도 앞바다 대규모 관측

현인아 2023. 5. 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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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지난달 말 제주도 해안을 뒤덮은 괭생이모자반이라는 해조류입니다.

겨울에서 봄 사이 동중국해에서 우리나라 쪽으로 밀려오는데요.

선박 스크루에 감겨 항해와 조업을 방해하고 양식장을 초토화 시키는가 하면, 해안 경관을 망치고 악취를 풍기는 고약한 불청객입니다.

MBC 취재팀이 해양 조사선을 타고 동중국해 관측 조사를 동행 취재했는데, 엄청난 양의 모자반이 밀려오고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기후환경팀 현인아 기자가, 단독 취재한 현장 상황과 함께 원인과 가능한 해결 방안까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국립해양조사원의 270톤급 조사선 '바다로 2호'를 타고 동중국해로 향했습니다.

위성 관측을 통해 확인한 해역 3곳을 지나 12시간 만에 도착한 바다.

마라도 남서쪽 150km 해상에 우뚝 솟은 높이 36m의 철골 구조물이 나옵니다.

태극기가 선명한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근해에서 거대한 해조류 무리와 맞닥뜨렸습니다.

청록빛 바다 위를 검게 뒤덮은 괭생이모자반 군락입니다.

커다란 모자반 행렬이 물결을 타고 일렁이며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마치 기름 유출로 오염된 바다처럼 점점이 흩어진 모자반들이 흉물스럽게 떠있습니다.

지금 제 눈앞에 이어도 해양과학기지가 또렷하게 보이는데요.

그 앞으로 100m에 달하는 괭생이모자반이 띠를 이루며 넘실대고 있습니다.

근접 관찰을 위해 작은 고무보트를 내렸습니다.

엔진을 끄고 조심스럽게 노를 저어가며 군락 한복판으로 들어갑니다.

수중 카메라로 물 밑을 들여다보니 수면 위에서 보는 것과 달리 깊이 1m까지 모자반이 두껍게 쌓여 있습니다.

[서윤준/바다로 2호(해양조사선) 선장] "(항해할 때) 선박들의 스크루에 괭생이모자반이 감길 수 있으니까, 그때가 참 위험합니다.'

조사팀이 갈고리와 뜰채를 이용해 모자반을 건져 올립니다.

이어 가위로 잘라 갑판 위에 가지런히 늘어놓습니다.

[민승환/해양조사업체 연구원] "(뭐 하시는 거예요?) 유전자를 분석하기 위해 시료를 채취하는 건데요."

유전자 분석을 하면 모자반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조사팀은 또 모자반 더미에 작은 원통형 기기를 줄로 매단 뒤 다시 바다로 던집니다.

위치 추적기를 설치한 겁니다.

추적기가 보내는 신호를 통해 대규모 군락이 우리 해안으로 접근하면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지난주 제주 동쪽 해수욕장 등에서 또 괭생이모자반이 발견됐는데, 피해 범위는 이미 전라도와 충청도 해안까지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견한 대규모 군락 역시 조류와 바람을 타고 밀려들 수 있습니다.

연안에선 어선 조업과 선박 항해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 김을 비롯한 양식장에 큰 피해를 줍니다.

해안가에 쌓이면 경관을 망치고 악취를 풍깁니다.

[복진광/국립해양조사원 사무관] "(해양조사로) 탐지한 정보를 각 지자체에 전달해서 연안에 유입되기 전에 괭생이모자반을 수거하는 게 목적입니다."

해조류의 습격은 지구 곳곳에서 골칫거리입니다.

인공위성 영상으로 보면, 서해는 중국 동해안부터 우리나라 제주도 서쪽에 걸쳐 폭넓게 모자반이 확인됩니다.

대서양에는 아프리카 서해안부터 멕시코만까지 모자반이 뒤덮고 있습니다.

올해 관측 이래 최대 규모급입니다.

괭생이모자반과 비슷한 모자반 종류로, 지난달 멕시코의 카리브 해 휴양지를 덮쳤습니다.

미국 플로리다 해안에도 거대한 군락이 나타나 기름띠처럼 떠다니며 피해를 줬습니다.

대서양은 2011년, 우리 서해는 2015년, 모자반이 대거 밀려오기 시작한 건 10년 안팎부터 두드러진 현상입니다.

전 지구적으로 폭증한 이유는, 우선 수온입니다.

[박상율/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괭생이모자반이) 청년기에는 수온이 높은 게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올해 전 세계의 바닷물 온도는 관측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맨 위 붉은색이 올해 수온인데요.

21.1도를 기록해 이전 기록을 뛰어넘었습니다.

바다의 수온이 오를 때 더 많이 올라가는 해역이 있습니다.

모자반이 급증하고 있는 동중국해와 멕시코만은 바로 그런 해역 중 하나입니다.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비료 같은 유기물과 각종 오염물질이 많아진 영향도 있는데, 모자반이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기 때문입니다.

동중국해에는 또 하나의 요인이 추가되는데 중국이 실시한 괭생이모자반 대량 증식 사업입니다.

[민승환/해양조사업체 연구원] "(동중국해의 괭생이모자반이) 저렇게 대규모로 발생하는 건 인간에 의한 해중림(바다숲) 조성사업이 영향을 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자반을 수거하는 것도 일이지만, 처리에도 비용이 듭니다.

지금은 대부분 소각해서 버리지만, 최근 미국에선 모자반을 수심 2천m 심해로 가라앉히는 방안이 나왔습니다.

모자반에 든 탄소를 공기가 아닌 바다에서 처리해 탄소 저감 효과까지 거둔다는 겁니다.

또 모자반을 식용이나 거름으로 쓰거나 유효 성분을 추출해 미용산업 등에 활용하는 대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현인아입니다.

영상 취재 : 장영근 / 영상 편집 : 조기범 / 영상 제공 : NATURE, 국립수산과학원, 구좌읍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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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취재 : 장영근 / 영상 편집 : 조기범

현인아 기자(inna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79586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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